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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한잔의 추억’과 맞바꾼 명철한 판단력...알코올이 내 몸에 남긴 흔적 [동인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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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크기는 비록 작지만 술잔에 빠져 죽은 자가 물에 빠져 죽은 자보다 훨씬 많다”

기원전 로마 철학가이자 작가인 퍼블릴리어스 사이러스의 명언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 오늘날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해 내려오는 명언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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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크기의 술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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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대해 관대했던 우리나라의 문화도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영상 의학의 발달도 있습니다. 알코올이 인체에 끼치는 특히 뇌에 주는 해로운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도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이 점은 술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데 한 몫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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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증진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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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이 분자생물학적으로 노화를 가속하는 현상이 MRI 등을 통해 명확히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같은 결과를 보면 알코올이 신경 계통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엔 오랜 기간 과다한 음주를 해야만 알코올성 치매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소개됐습니다만 전두엽과 해마 영역의 알코올로 인한 부피 감소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이는 의사 결정 능력과 기억력 저하로 곧바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소량의 알코올 축적만으로도 뇌의 노화가 빨라진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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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주류 경고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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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인해 두뇌 스트레스 정도가 높아져 충동 조절 기능이 떨어져 쉽게 화나 짜증을 내는 경우는 물론, 복잡한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도 급격히 떨어집니다. 자제할 수 없을 만큼 화를 내는 등의 정신적 문제를 반복적으로 일으키기도 합니다.

알코올 중독의 또 다른 문제는 충동적 공격 행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전두엽의 기능 저하와 함께 음주로 인해 세로토닌의 분비 조절에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과도해지면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고 분비 억제가 일어날 경우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알코올은 뇌세포를 직접 파괴하지 않더라도 뇌의 신경세포의 막을 서서히 녹이면서 신경세포간의 신호전달 과정을 교란시킵니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간의 ‘정보교환’이 제대로 안되는 취한 상태가 되면 대뇌 옆부분 관자엽(측두엽)의 기억회로가 알코올로 장애를 일으켜 이른바 ‘필름이 끊기는’ 일이 생깁니다.

뿐만 아니라 술로 인한 질병은 수없이 많습니다. 단순히 숙취 때문에 오는 두통부터 많은 몸의 기능들이 떨어집니다. 알코올이 혈액을 타고 돌며 각 부위에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위점막을 자극해 배가 아프거나 미식거리게 되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정신적 문제 외에도 음주는 간질환, 췌장염, 저혈당, 위장장애, 식도염, 위염, 위궤양, 영양장애도 일으킵니다. 심장 기능 이상을 불러와 갑작스러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국내 월간폭음률은 다행히 차츰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지난 2023년 기준 남자는 48.8%에서 47.9%로 감소한 반면, 여자는 25.9%에서 26.3%로 증가했습니다.

예전부터 음주에 관대한 우리 문화는 술 병에 붙는 경고 문구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음주’를 경고하는 술병 경고 문구는 ‘음주’를 직접 경고하는 문구로 보기엔 그 강도가 약합니다. ‘섬뜩한 그림’과 직관적인 문구로 건강에 미치는 폐해를 경고하는 흡연 경고 그림과 문구에 비해 우리나라 음주 경고 문구는 우회적이고 간접적이란 지적이 잇따라 나옵니다.이를 강화하는 방안을 최근 보건당국이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저속 노화’ 개념으로 이름을 알린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고위험 음주를 하는 사람이 술을 계속 먹게 되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복잡한 사안을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그다음 뇌의 스트레스 레벨이 증가해 충동 조절 기능이 떨어져 쉽게 격노, 대로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옛날 왕들은 밑에 있는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따라 하게 만들면 됐지만 지금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이기에 리더가 깨어 있는 정신, 명철한 판단을 해야만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가 있다”며 “술에 취한 뇌를 가진 상태에서 리더가 의사결정을 한다는 건 결국 조직의 생존을 위협하게 하는 일이다”고 지적합니다.

아래는 질병관리청이 권장하는 생활 속 음주 관리 수칙입니다.

(1) 술자리는 되도록 피하고, 술자리에서는 남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2) 특히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스스로 마시지도 말고, 권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3) 원샷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인체 유해성이 심하므로 절대로 피합니다.

(4) 술을 마실 때는 조금씩 나누어 천천히 마시고, 중간에 물을 자주 마시며, 빈 속에 마시지 않도록 합니다.

(5) 술을 안 마시는 금주 요일을 스스로 정하고, 음주 후에는 적어도 3일은 금주합니다.

(6) 당당하게 술을 거절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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