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를 지나는 행인 |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월가가 투자대상지로서 바라보는 한국은 신흥국과 선진국 중간 어디쯤엔가 있어왔다.
이런 모호한 시각은 시장지수 분류에서도 묻어난다.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는 한국 증시를 선진시장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한국 증시를 신흥시장으로 두고 있다.
회색지대에 있던 한국시장의 지위는 지난 몇년 간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서서히 올라가고 있었다.
지난 10월 한국이 FTSE의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된다는 소식이 그 대표적인 증거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월가에선 "한국은 역시 신흥국"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뉴욕주재 한 금융기관의 간부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월가 반응을 본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표현을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표현이 너무 거칠어서 차마 문구 그대로 전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주진 않았지만 "선진국이라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의 반응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금융기관 간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불러오기 위한 한국증시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젝트 노력이 이번 사태로 한 순간에 되돌려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월스트리트 도로 팻말 |
사실 월가 전문가들이 한국 시장이나 한국 정치 상황을 잘 알고 얘기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월가 현지에선 한국 관련 전문인력도 거의 없고 한국 상황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뉴욕에 주재하는 한국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는 평소 인터뷰 등을 통해 경제 전문가들로부터 한국 관련 코멘트를 구하려 할 때마다 기자 역시 체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와 이해도가 떨어지는 이들도 12·3 비상계엄은 한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낙인효과를 주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웰스파고는 최근 브라질 헤알화 가치 폭락 사태 관련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국가 부도위험 지표(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가 지난주 급등한 점을 지목하며 한국의 계엄 사태 직후 부도위험 변화와 비교했다.
실제 한국의 부도위험 지표가 크게 변화한 게 아니었음에도 월가 전문가들 뇌리엔 계엄 사태가 신흥국 부정적 이벤트의 대표 사례로 이미 각인된 게 아닐까.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한국시장을 향한 월가의 '의구심'이 남아 있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월가의 의구심이 "한국은 아직 아니야"라는 '확신'으로 바뀐 게 아닐까 우려된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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