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자체 개발한 AI 생산 체계를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에 도입했다. 올레드는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 위에 필요한 물질을 붙이고 용도에 맞춰 적절한 크기로 잘라 각종 부품을 붙인 뒤 고객에 전달하기까지 140개 넘는 공정을 거친다. 이 공정들에 필요한 전문 지식을 학습한 AI가 공정 데이터 전수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이상 원인의 경우의 수를 찾아내고 솔루션까지 제시한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사진 LG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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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공정도 복잡한데 수만 가지의 설비 데이터가 더해져 더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제품에 이상이 생겨도 AI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엔지니어들이 이런 일을 도맡았다. 역량과 경험에 의존해 한정된 조건에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평균 3주가량 걸렸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AI를 적용하니 이 시간이 2일로 줄었다. 여기에 투입되던 엔지니어들은 보다 고부가 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AI는 또 최상의 품질 조건을 유지하도록 공정을 제어한다. 항상 최고의 품질로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AI가 역할 하는 것이다. AI는 생산 제품 전체의 품질 검사도 병행해 이상 여부와 원인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LG디스플레이는 “AI 도입으로 2000억원 이상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는 AI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인데 향후 LG 계열사인 LG AI 연구원 등과 협력해 보다 고차원의 AI도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삼성전기·LG이노텍 등도 원자재와 부품 등의 불량을 잡아내는 데 AI를 쓰고 있다. 삼성전기는 머리카락보다 얇은 0.1㎜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품질 검사에서 AI가 활약한다. AI 비전 검사 시스템이 기존 선별기의 데이터와 딥러닝(심화학습)을 바탕으로 불량품을 찾아내면서 불량률이 35% 줄었다. 삼성전기는 AI 업무를 담당하는 AI 솔루션 랩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이곳에서 불량을 자동으로 필터링해 성능을 높여주는 AI 검사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생산 법인 설비들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에서 임직원이 설비를 관리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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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과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전 단계(개발-공정-검사)에서 폭넓게 AI를 활용한다. 제품 개발 단계에선 비전 AI가 설계도 불량을 사전에 분석한다. 업계 최초로 고사양 카메라 모듈 공정에 AI 레시피(설정 조건)를 적용했다. AI가 기계의 작동 강도나 컨베이어벨트 속도, 실내 온도 등의 변수를 반영,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불량률을 최소화할 최적의 조건을 도출해낸다. AI 도입으로 불량 감지 후 새 공정 레시피를 찾기까지 평균 72시간 이상 걸렸던 시간이 6시간 이내로 단축됐다고 한다. 주요 검사 항목에서 불량률도 최대 90% 줄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공장 내 장비·라인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제조 전 과정에 AI를 입혀 공장 전체를 아예 지능화하는,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구현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LG이노텍 구미 공장 전경. 사진 LG이노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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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스마트화는 납기 단축,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기업의 필수 과제가 됐다는 게 업계 얘기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사양이 높아지며 수율(양품 비율)을 높이는 게 쉽지 않아졌다”라며 “AI 기술은 최단 시간 내 최고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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