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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비 내리고 구름 껴도 북한 구석구석 다 본다…정찰위성 3호기 발사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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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의 세 번째 정찰위성이 21일 오후 발사됐다.

국방부는 “군 정찰위성 3호기가 오후 8시 34분(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정상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

3호기는 1, 2호기와 동일하게 미국 스페이스Ⅹ 팰컨 9 발사체에 실렸다. 발사체는 발사 2분 16초 후 1단 엔진이 분리됐다. 3분15초 후 페어링(위성 보호 덮개) 분리가 이뤄졌다.

3호기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데 성공하면 우리 군은 세계 최상위 수준의 독자적인 영상레이더(SAR) 위성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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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정찰위성 3호기를 실은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이 21일 오후 미 켈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스페이스X영상 캡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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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 위성을 쏘는 이유는

이번에 쏜 군 정찰위성 3호기는 425 사업의 일부로 개발됐다.

425사업은 광학·적외선(EO/IR) 위성 1기와 영상레이더(SAR) 위성 4기로 구성된 국내 첫 군집위성체계다.

군집위성은 여러 대의 위성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운용되는 위성군(群)이다.

1호기는 EO/IR 위성, 2∼5호기는 SAR 위성이다. 이번 발사까지 포함하면 EO/IR 위성 1기와 SAR 위성 2기가 발사됐다.

내년에 4·5호기를 쏘아올리면 군집위성체계에 대한 성능평가를 거쳐 전력화를 진행한다.

1호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제작했고, 2~5호기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KAI가 위성체 본체를 만들고 한화시스템과 탈레스 알레니아 스페이스 이탈리아(TASI)가 탑재체를 만들었다. 쎄트렉아이는 지상체를 구성했다.

1호기는 지난 8월 전력화됐으며 2호기는 운용시험평가가 진행중이다. 4·5호기는 개발시험평가를 받고 있다. 지상체는 구축을 완료하고 3호기 운용시험평가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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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사업에 의해 제작된 영상레이더(SAR) 위성. 2∼5호기가 해당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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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위성체계에 속한 SAR 위성은 하루에 4∼6회 한반도를 방문한다. 작전 소요에 따른 정밀 또는 광역 촬영이 가능하다.

3호기는 2호기처럼 SAR 위성이다. 레이더에서 지상으로 전파를 쏴서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신호를 수신하여 영상을 만든다.

위성 정찰 기술은 광학·적외선 카메라를 쓰는 것과 SAR를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광학·적외선 카메라는 가시광선을 영상으로 만들거나 적외선을 이용해 정찰을 실시한다.

광학 카메라는 물체가 스스로 낸 빛 또는 반사된 빛이 렌즈에 닿아야 한다. 밤이나 구름 낀 날씨에는 무용지물이다. 적외선 카메라는 밤에도 촬영하지만 구름이나 안개는 뚫지 못한다.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것이 SAR다. 전파는 가시광선과 달리 구름과 안개를 뚫을 수 있다.

이를 이용해 공중에서 지상이나 바다에 레이저 전파를 쏘면 반사파를 미세한 시간차로 합성해서 지형도 영상을 만든다. 흐린 날에도 고해상도의 세밀한 지상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SAR 위성의 필요성이 매우 큰 나라다. 한반도는 1년 중 70%에 달하는 날이 흐린 날씨다. 광학장비로 북한 내륙을 정찰하면, 구름 등으로 인해 추적이 끊어질 수 있다.

날씨에 관계 없이 정찰이 가능한 SAR는 이같은 제약을 극복하게 해준다.

북한군이 미사일 발사차량이나 항공기 등을 위장막이나 수풀로 숨겨도 SAR는 촬영이 가능하다. 악천후를 틈타 전략무기를 이동시켜도 SAR의 추적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선 국산 KF-21 전투기에 탑재하는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개발과 더불어 민간 차원의 기술 축적이 더해지면서 SAR 위성이 등장했다.

2013년 85㎝ 수준의 SAR 촬영이 가능한 아리랑위성 5호를 발사, SAR 개발 기술과 영상 보정 및 처리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5월 누리호 로켓에 실려 발사된 차세대소형위성 2호, 같은해 12월 제주 남방 해상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로 발사된 위성도 SAR를 쓴다.

425사업 SAR 위성의 해상도는 국내 최고 수준인 30㎝로 알려졌다. 지상에 있는 차량이 승용차인지 트럭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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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초소형 SAR 위성 모형. 한화시스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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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된 전문가 또는 충분히 학습된 인공지능(AI)을 사용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경호팀 차량 특징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김 위원장 동선도 알 수 있다.

3호기 발사로 한국의 위성감시능력은 예전보다 훨씬 향상될 전망이다.

광학·적외선 카메라를 지닌 1호기, SAR를 쓰는 2·3호기를 군집운용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첫 위성 군집운용을 통해 지구를 하루에 수십 회 공전, 표적의 움직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표적 특성에 맞는 센서를 활용해 북한 도발징후를 입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위성이 서로 협력해 특정 지역 관측요청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 SAR로 북한 내륙을 정찰하다가 특정 표적에서 이상 징후나 추가 정찰 소요가 있다면, 1호기를 사용해서 정밀 관측할 수도 있다.

추운 겨울에 영변 핵단지에서 새로운 건물이 3호기 위성에 포착되면, 해당 건물의 가동 여부를 1호기 위성으로 파악하게 된다.

1호기의 적외선 카메라로 건물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이 보이거나, 인근 지표면과 달리 지붕에 눈이 없고 굴뚝에서 수증기가 배출되는 모습이 광학 카메라에 찍히면, 그 건물에서 모종의 움직임이 있는 셈이다. 위성 정찰이 더욱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미국 정보기관과 민간 글로벌 위성영상서비스 기업들이 사용하는 팁 앤 큐(Tip and cue) 기술이다. 기본적인 센서로 대상을 먼저 감지, 더 구체적인 모니터링을 위해 다른 위성의 센서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고성능 네트워크로 빠르게 처리되고 공유되어 상황 인식 능력을 높인다. 카펠라 스페이스를 비롯한 민간 위성영상서비스 업계에선 AI를 사용해 고객 수요에 맞는 데이터를 신속하게 만들어낸다.

425 위성체계도 고속·대용량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빠르게 영상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보다 위성영상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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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위성영상서비스업체 아이스아이가 SAR 위성으로 촬영한 중국 하이난 싼야의 위린 해군기지 모습. 아이스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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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수한 능력 지닌 위성 확보해야

425사업에 의해 탄생한 SAR 위성은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기술 향상을 위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게을리한다면, 순식간에 뒤떨어질 위험이 크다.

선진국의 위성영상서비스 업체들은 한국보다 우수한 SAR 위성을 운용, 세계 각국 정부와 군에 영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란드의 아이스아이(ICEYE)는 지난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에 SAR 위성 이미지를 제공해왔다. 지난 7월엔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 자사의 이미지를 우크라이나군이 쓸 수 있도록 했다.

2018년부터 38개의 위성을 발사한 아이스아이는 25㎝ 수준의 해상도를 갖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아이스아이 측은 나무로 가려진 물체도 식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민간 위성서비스 시장에 SAR 위성을 처음 선보인 미국의 카펠라 스페이스는 지난해부터 해상도 20㎝ 수준의 SAR 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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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위성영상서비스업체 아이스아이가 SAR 위성으로 촬영한 네덜란드 로테르담항만 모습. 해상도가 25㎝ 수준으로 매우 높다. 아이스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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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425사업을 통해 해상도 30㎝ SAR 위성을 띄우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민간기업은 이미 앞서가고 있는 셈이다. SAR 고해상도 이미지 데이터를 수요에 맞게 가공해서 분석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한국과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현재 한국은 425 사업의 후속 프로그램인 군 정찰위성-Ⅱ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1조4223억원을 투입해 초소형 위성 40기(SAR위성 36기, 전자 광학 카메라 위성 4기)를 쏘아올리는 초소형 위성체계 개발사업을 공개했다.

이는 위성의 재방문주기와 관련이 있다. 재방문주기는 위성이 같은 지역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시간 차이를 말한다. 여러 대의 위성을 띄우면 재방문 주기를 줄일 수 있다.

초소형 위성 수십개로 군집 위성을 만들면 한반도를 30분에 한 번씩 정찰할 수 있다. 북한군 움직임을 그만큼 정밀 감시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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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하는 초소형 SAR 위성 모형.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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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진국 정부와 민간 업체들의 위성 기술개발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새롭게 개발할 위성의 성능을 더욱 높이고, 실전배치 시기도 앞당기는 등의 방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존 방식으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위성 데이터를 융합해서 군과 정보기관, 정부조직 등이 요구하는 수요에 맞춰서 이미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 외에도 재난 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425사업 위성체계도 정부의 업무를 지원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군도 위성 정보 분석과 데이터 융합 기능을 갖춰야 한다.

위성의 존재는 한반도 안보와 더불어 국내 항공우주기술 발전, 정부의 정책 집행 지원 등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425사업을 시작으로 위성사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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