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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고래싸움' LLM보다 '돌고래' 콘셉트로 싸워야 AI대전 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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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한국형 AI의 현재와 미래] ④ AI에이전트 '에이닷' '카나나'…하이브리드 모델로 개발

머니투데이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AI(인공지능) 사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덩치 싸움'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구축보다는 차별화된 서비스 콘셉트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적지 않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 같은 플랫폼을 따라해 어설픈 토종 앱마켓을 만들기보다, 그 생태계 안에서 시장을 공략할 '킬러앱'을 만드는데 성공한 기업의 발자취를 따라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눈에 띄는 범용 LLM을 개발한 기업으로는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MS(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오픈AI 등이 있다. LLM 개발에는 AI모델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 수집, 컴퓨팅 자원, 고급 인력 확보 등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이 때문에 비용 여력이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요 AI 사업자가 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NAVER(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한국어 특화 LLM '하이퍼클로바X'로 맞서고 있으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IT업계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카카오는 자체 LLM인 코GPT로 승부를 보기보단, 이를 일부 활용한 AI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했다.

카카오 외에도 자체 LLM에 집중하기 보다 챗GPT 등 오픈소스 LLM을 활용한 서비스로 시장을 두드리는 국내 기업이 적지 않다. SK텔레콤의 AI에이전트 '에이닷' 역시 SKT의 자체 LLM인 에이닷엑스 외에 챗GPT, 클로드 등 다양한 범용 LLM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퍼플렉시티나 메타의 리마를 활용하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외부 LLM에 기반한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들의 첫 번째 이유는 '절박함'이다. 당장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기약 없는 LLM 개발에 매달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1조~2조원씩 이익을 내는 네이버 정도 사이즈가 안된다면 굳이 고래싸움에 껴서 새우등 터지듯 휘말릴 필요가 없다"며 "외부 LLM 활용에 대해 해외 빅테크에 종속된다는 식으로 비하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런 비아냥도 일단 회사가 살아남아야 들을 수 있다"고 했다.

범용 LLM에 도전하지 않고 분야 특화별 LLM만 구축하는 국내외 사례도 많다.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한국어·게임에 특화된 중소형 언어모델 'VARCO(바르코)'를 개발해 본원사업인 게임과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NTT와 소프트뱅크 등 일본 기업들도 일본어 특화형 또는 금융 등 전문분야에 활용 가능한 '맞춤형 언어모델' 및 서비스를 개발해 즉시 현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안드로이드에 맞붙을 스마트폰 OS(운영시스템)를 만든다거나, 제3의 앱마켓을 만들겠다던 국내외 기업들의 도전이 대부분 수포로 돌아간 반면 기존 생태계에 발빠르게 입점한 기업들은 오히려 고성장할 수 있었다"며 "AI 산업에서도 독자 LLM 개발보다는 기존 빅테크 LLM의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를 활용해 빠르게 서비스를 내놓는 게 승률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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