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공조본 “성탄절 공수처 출석” 통보
체포조 운영-선관위 장악 지시 등, 단시간내 의혹 전반 확인할 방침
법조계 “거부 조짐땐 체포영장” 전망… 공수처 검사가 조사, 경찰 협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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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공조본)가 대통령 출석 조사 일정을 성탄절인 25일 오전 10시로 정한 것은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례 없는 현직 대통령 조사를 앞두고 정부청사가 대부분 비는 날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출석 요구는 대통령 수사가 일원화된 뒤 나온 출석 통보여서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공조본은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최대한 단시간에 혐의 전반을 물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측이 출석을 거부할 조짐만 보여도 공조본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본격적인 강제 신병 확보 수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25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 나타날지 촉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본은 20일 오전 윤 대통령에게 “25일 오전 10시까지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청사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평일에는 청사 공무원 등에게 대통령 동선이 노출된다는 점,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 측이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 윤 대통령에게 휴일에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검찰이 제시한 15일은 일요일, 21일은 토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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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수처의 현직 대통령 조사 준비는 급박하게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당일 취재를 희망하는 언론사에는 미리 방문자와 차량 정보를 제출하라고 알렸다. 공수처가 입주해 있는 과천청사 5동 건물 현관과 출입구 부근 길목은 주차 금지 구역으로 설정됐다. 건물 앞뒤 출입구로 향하는 길목은 경호 및 경찰 차량 주차 구역으로 지정됐다.
공조본은 대통령 출석을 여러 번 요구하기 어렵다고 보고 최대한 단시간에 의혹 전반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인 체포조 운영,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 경찰 국회 봉쇄 지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지시 등이 모두 집중 조사 대상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조사는 공수처 검사실에서 할 예정”이라며 “대통령경호처, 경찰과 경호 문제를 협의해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대통령 조사는 공수처 검사가… 경찰도 협의할 듯
경찰 특수단 수사관들도 대통령 조사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특수단 관계자는 “전반적인 조사는 공수처 검사가 주도하고 경찰 수사관들은 조사 내용을 함께 살펴보며 검사와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과 마주 앉는 조사실에는 공수처 검사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검사가 윤 대통령을 조사하기 전후로 관련 상황을 수사관과 공유하고 필요한 사항은 협의하면서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대통령의 대규모 행사 참석 등 외부 활동이 있을 때에는 경찰이 대통령경호처를 지원해 왔지만, 이번 출석 조사에는 아직 경찰 배치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대통령이 조사받으러 오는 경우엔 경호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일행 차량이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과천청사까지 약 17km 거리를 이동할 때 교통 통제를 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경호처에서 아직 별도의 교통 통제 요청은 없었다. 필요한 경우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 ‘불출석 움직임’만 보여도 체포영장 가능성
윤 대통령이 25일 출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20일 오후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25일까지) 기간이 남은 상태라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 후보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인사 역시 “아직 대통령 변호인단 구성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불출석할 경우는 물론이고 출석을 거부할 움직임만 보여도 공조본이 미리 체포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호인단이 명시적으로 불출석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공수처 측은 “2차 통보라 그 다음 단계는 아직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통상의 수사 절차는 수차례 불응 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는 입장이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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