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외도에서 기인한 불화’로 살해 마음 먹고
수영 못 하는 아내 바다에 빠뜨리고 돌 던져 살해
해경이 증거 제시하자 범행 인정…아내 폭행 전력도
징역 23년→징역 28년…法 “물때 검색, 실족사 위장”
지난해 7월 19일 오후 인천 중구 덕교동 잠진도 제방에서 아내를 바다에 빠트리고 돌을 던져 살해한 30대 남성이 사건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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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직후 119 신고, 해경엔 거짓 진술
사건이 발생한 날은 지난해 7월 12일이었다. A씨는 이날 부인 B씨와 인천 중구 을왕동에 있는 잠진도로 낚시 여행을 가던 중 말다툼을 벌였고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마음 먹었다. 더는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A씨는 낚시터에서 줄이 꼬였다며 혼자 승용차로 갔다가 돌아오던 과정에서 B씨를 바다 쪽으로 밀쳤다. 아내가 수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범행한 것이었다. 그는 수심이 얕아 B씨가 물에 떠내려가지 않자 주변에 있던 돌을 수차례 던지고 물속에 들어가 아내가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당시 B씨는 남편의 목과 옷을 잡으며 저항했지만 A씨는 이를 모두 뿌리치고 큰 돌을 들어 올린 뒤 머리를 향해 던졌다. 물리적 충격에 노출된 B씨는 결국 현장에서 머리 부위 손상과 익사로 숨지고 말았다.
A씨의 파렴치한 행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바다에 빠졌다고 119에 신고했으며 해경에는 “아내와 캠핑, 낚시를 하려 잠진도에 왔다. 차에 짐을 가지러 다녀온 사이 아내가 바다에 떠내려가고 있었다”고 거짓말했다.
A씨의 범행은 해경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고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아내에게 돌을 던지는 등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며 B씨의 머리에서는 멍 자국과 함께 혈흔이 함께 발견됐기 때문이다.
A씨는 해경이 범행 증거를 제시한 뒤에야 “아내와 불화가 있었는데 명품 가방을 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더는 함께 살기 힘들다고 생각해 범행했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건 1년여 전 자신의 외도 사실을 들키고 아내로부터 잘못을 추궁받은 것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A씨는 상해죄로 두 번 형사 처벌을 받기도 했으며 아내를 폭행해 두 차례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된 전력까지 있었다. 각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는 수용자를 추행하거나 폭행해 금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징역 28년 확정…“계획 범행, 구조 기회 있었음에도 살해”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 측은 첫 재판에서부터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B씨 유족과 합의를 시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자백한 뒤에는 수사에 협조했다”며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며 어떻게든 유가족과 합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검찰은 A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하며 “피고인은 가정불화 때문에 범행했다고 하지만 궁극적인 원인은 피고인의 외도 행위”라며 “피고인은 양손으로 들어야 하는 큰 돌을 던져 결국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계획 범행을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지만 증거를 보면 범행 직전 휴대전화로 물때를 검색했고 피해자를 바다에 빠뜨린 이후 다시 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돌을 던져 살해했다”며 “피해자가 실족사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씨 측과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징역 28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믿고 있던 남편으로부터 잔혹하게 살해당한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심과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가늠하기 힘들다”며 징역 28년을 선고했다.
이어 “만약 군 감시 자료인 CCTV에 촬영된 영상이 없었다면 피고인이 의도했던 것처럼 실족사로 처리됐을지도 모른다”며 “피고인이 2심에 이르러 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해 보면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후 대법원이 A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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