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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트럼프에 러브콜…푸틴 "언제든 대화" 젤렌스키 "우리 편 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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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의 고스티니 드보르 포럼 홀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타스 통신은 이날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했고 전화,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국민의 질문 250만 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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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와 대화하겠다는 뜻을 피력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같은 편'에 서달라고 호소했다.



푸틴 “트럼프 대화한 지 4년 넘어”



이날 푸틴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연례 기자회견을 열고 “언제 그(트럼프)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그와 대화한 지 4년도 넘었다”면서도 “나는 준비가 됐다. 언제든지”라고 말했다. 또 “항상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말해왔지만 상대방(우크라이나)이 거부했다”며 “트럼프를 만나면 논의할 것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지난 7일 젤렌스키에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지는 등 러시아에 우호적인 종전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푸틴은 이날 4시간 30분간 진행된 회견에서 “러시아는 지난 2∼3년간 훨씬 강해졌다” “내가 러시아를 구했다고 믿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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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푸틴과 트럼프. 푸틴은 19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와 대화한 지 4년이 넘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퇴임 후에도 푸틴과 연락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를 부인한 셈이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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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안전보장은 나토” 미국 필요성 강조



반면 같은 날 젤렌스키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는 '스트롱 맨'이고, 그가 우리 편에 서 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휴전에 대해선 “휴전했는데 푸틴이 2개월, 6개월, 혹은 1∼2년 안에 돌아온다면 누구의 패배인가”라며 “실질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EU 27개국은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어떤 계획도 우크라이나 (동의) 없이 결정돼선 안 된다”며 힘을 실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휴전 후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젤렌스키는 마크롱의 제안을 환영하면서도 “유럽이 제공하는 안전보장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진짜 안전보장은 현재 혹은 미래의 나토에 있다”고 강조했다. 나토의 주축인 미국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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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유럽이사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뒤에 전시된 유럽 국기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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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이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식을 계기로 엘리제궁에서 열린 3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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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전쟁 개시 결정 더 일찍 했어야”



이날 푸틴은 ‘21세기 첨단 기술 결투’도 제안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로 시험발사한 최신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 ‘오레시니크’ 관련 질문에 그는 “서방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타격 목표를 정하고 모든 방공망을 그곳에 집중하면 우리는 오레시니크로 그곳을 공격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있는 ‘우리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기술적인 해결책이 있는지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3년째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개시) 결정을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일부를 장악한 러시아 쿠르스크 탈환에 대해선 “확실히 그곳을 해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젤렌스키를 겨냥해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합법적 대표하고만 평화 문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임기 만료 후 대통령직을 유지 중인 젤렌스키를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푸틴의 ‘미사일 결투’ 제안에 젤렌스키는 “정말로 제정신인 사람 같냐”라고 반문했다. 푸틴을 두고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1만2000명이라며 사망자 수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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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쿠르스크 전투에 참여 중인 태평양함대 155 해병여단 병사들이 메시지를 적어 선물한 '우리가 있는 곳에 승리가 있다' 깃발을 공개했다. 아시아계 소수민족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 깃발을 들어 외모가 북한인과 비슷한 소수민족 군인들이 쿠르스크에서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군 파병을 확인하지 않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군을 부랴트인으로 위장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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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실패는 인정, 시리아 패배는 부인



한편 푸틴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물가 등 국내 문제 등을 일부 인정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말했다. 화생방부대 사령관의 모스크바 폭사는 “정보기관의 심각한 실패”라고 했다. 지난 2∼3년간 농담과 웃음이 거의 없어졌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데 대해선 “러시아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죽었다는 건 과장됐다면서다. 이어 “(러시아로 망명한) 아사드 전 대통령을 아직 만나지 않았지만 대화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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