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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8000만원 놓고 사라진 키다리아저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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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금은 8003만 8850원…25년째(26회) 누적 성금은 10억4483만6520원

시민들 “따뜻한 마음에 감사, 앞으로도 계속되길”

뉴스1

20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25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보내왔다. 2024.12.2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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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스1) 임충식 기자 =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세요.”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그렇다고 나이와 직업을 아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금까지 매년 연말 펼쳐온 선행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만 추정할 뿐이다. 이에 시민들이 그를 ‘얼굴없는 천사’로 부른다.

그 ‘얼굴없는 천사’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희망과 감동을 주고 사라졌다. 벌써 25년째 이어진 사랑이다.

20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께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주민센터 인근 기자촌 한식뷔페 맞은편 탑차 아래 상자가 있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현장에 달려간 직원들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에는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이 들어있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메시지도 들어있었다.

올해 성금은 총 8003만 8850원으로 확인됐다. 5만원권이 1600장(8000만원), 500짜리 동전이 42개(2만1000원), 100원짜리 동전이 171개(1만7100원), 50원짜리 동전이 3개(150원), 10원짜리 동전이 60개(600원)이다.

기부금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얼굴없는 천사의 첫 선행은 2000년 4월 처음 시작됐다. 당시 중노송 2동사무소를 찾은 천사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이듬해 12월26일에는 74만원의 성금이 익명으로 전달됐고, 2002년엔 5월5일 어린이날과 12월 두 차례나 저금통이 건네졌다. 액수도 점점 커져갔다. 지난 2009년에는 무려 8000여만원의 성금을 놓고 사라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시국에도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천사는 7009만4960원의 성금을 전달했고, 지난해에는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고 적힌 메시지와 함께 총 8006만3980원의 성금을 전달했다.

올해 기부로 그가 올해까지 25년간 26차례에 걸쳐 두고 간 누적 성금도 10억 원을 돌파했다. 정확히는 10억 4483만 6520원이다.

채월선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뉴스1

20일 전북자치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25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며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을 보내왔다. 2024.12.20/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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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임모 씨(43)는 “대통령이 탄핵되는 등 어수선한 시기에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식을 듣게 돼 기쁘다”면서 “얼굴없는 천사 덕분에 전주시민인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따뜻한 선행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건강하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모 씨(48)는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다”면서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 도로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우기도 했다. 전주시는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주민들도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 나눔행사를 펼치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도 했다. 실제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익명의 기부자들이 대폭 늘었다. 지난해에는 제1회 HD현대아너상 대상과 1%나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4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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