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오션’ 택시 접고
데이터 수익화에 집중
데이터 수익화에 집중
우버는 지난 2013년 한국 시장에 진출, 자가용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우버엑스’ 서비스를 내놨다가 당시 택시 업계의 거센 반발과 불법 논란 속에서 결국 2015년 국내 사업을 철수했다. 이후 6년 만인 2021년부터 SK스퀘어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와 합작법인(우티) 형태로 지금까지 택시 호출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사진은 ‘우버 택시’ 모습. <사진=우버> |
SK스퀘어 자회사 티맵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플랫폼 우티 지분을 전량 우버에 매각한다. 앞서 티맵모빌리티가 전 세계 차량 호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버와 손잡고 국내 택시 사업을 위해 합작법인 우티를 설립한 지 약 4년 만에 철수를 공식화한 것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수익성이 나지 않는 택시 사업 대신 주행 기록 등 모빌리티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BM)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가 보유한 우티 지분 49%를 우버에 매각하는 방안을 의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우티는 지난 2021년 4월 티맵모빌리티와 우버가 각각 49%, 51%씩 출자해 설립됐다. 이번 협의를 통해 티맵모빌리티가 매각하는 수량은 7만5678주로, 총 처분 금액은 약 600억원이다. 양사간 지분 정리는 2025년 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미 티맵모빌리티의 택시 사업 정리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양 사간 사업 시너지가 크지 않은 데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가 9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SK스퀘어의 재무구조 개선 움직임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 국내 택시 호출 브랜드 ‘우티’가 ‘우버택시’로 리브랜딩되고 우버가 나서 외국인 방한객 등에 특화된 차량 호출 사업을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매각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월 3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첫 내한 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한국 시장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우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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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던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는 우티의 합작법인 변동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낀 바 있다. 당시 코스로샤히 CEO는 “회사 정책상 소문이나 추측에 대해선 답변을 못한다”고 전하면서도 해외 인지도가 높은 우버의 강력한 브랜드를 바탕으로 고급 택시라는 틈새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우버에 따르면 우버 택시는 리브랜딩 이후 올 상반기 탑승객 수가 전년 동기 보다 약 78% 상승하는 효과를 거뒀다.
한편 티맵모빌리티는 택시 사업 외 모빌리티 영역에 대해 양 사간 협업이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티맵모빌리티와 우버는 국내 지형에 최적화된 맵핑(mapping) 기술을 비롯해 데이터·API 영역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이어갈 예정이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티맵은 연간 22억 회 이상의 검색이 발생할 만큼의 독보적인 모빌리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주행 데이터에 AI 기술을 결합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데이터 중심의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와 맞물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20년간 축적해온 방대한 양의 모빌리티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성장·고부가가치의 다양한 데이터 사업에 핵심 역량을 모으고 있다. 현재 완성차용 내비게이션 티맵 오토(TMAP AUTO)는 물론 주행 데이터를 연계한 티맵 특약, API 서비스 및 이동 패턴 분석 등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티맵모빌리티가 지난 9월 출시한 AI 기반 장소 추천 서비스 ‘어디갈까’ 이미지 컷. <사진=티맵모빌리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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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티맵모빌리티의 경우 지난해 티맵 생태계를 하나로 통합한 ‘올 뉴 티맵’을 출시하면서 가입자 규모는 역대 최대치인 2000만명을 넘어섰다. 월 실사용자 수 역시 1450만명을 기록했다. 또한 올해 9월 출시한 AI 기반 장소 추천 서비스 ‘어디갈까’ 역시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사용자 수 507만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티맵모빌리티의 이번 우티 지분 처분은 이 회사에 재무 개선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택시 호출 시장의 경쟁 심화로 프로모션 비용 지출이 커지면서 우티는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왔다. 2021년 3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우티는 2022년 512억원, 2023년 568억원 등 적자 폭을 키어온 상태다.
특히 티맵모빌리티는 우티 설립 당시 863억원 가량을 현물출자한 바 있다. 이후 2022년에는 222억원, 올해 1월에도 248억원의 현금을 추가 출자했다. 이번에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추가 수혈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그만큼 티맵모빌리티의 비핵심자산 유동화는 모회사인 SK스퀘어의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성과가 본격화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한명진 대표 취임 이후 SK스퀘어는 보유한 포트폴리오들의 경쟁력 제고(밸류업) 차원에서 본업과 무관한 자산을 발빠르게 정리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 이들 손자회사 정리 작업도 SK스퀘어 주도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티 정리 외에도 SK스퀘어는 출범 이후 SK쉴더스와 나노엔텍을 매각한 데 이어 SK플래닛 지분 일부를 처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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