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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K-반도체 역사상 최대위기…‘국가대항전’ 정부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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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경쟁력·선제투자 사라져

“K-반도체 회복 기회 얼마 안남아”

헤럴드경제

김기남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반도체특별위원회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한국공학한림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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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은 지난해 닥친 최악의 부진을 털고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대전환에 유독 고전하며 전례없는 위기론에 시달리는 아이러니한 한 해를 보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계와 학계는 한국 반도체 역사상 ‘최대 위기’라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위기의 징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과거 ‘K-반도체의 영광’을 상징했던 메모리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이 희미해졌고, 반도체 산업을 향한 자금적·정책적 국가대항전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이하 반도체특위)가 위원회 발족 이후 처음으로 K-반도체 위기극복 방안이 담긴 연구결과를 내놨다.

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전문가로 구성된 공학한림원 반도체 특위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경쟁력 약화 요인을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와 정책적 지원을 호소했다.

반도체특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혁재 서울대 교수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K-반도체의 위기 징조로 ▷투자 실기 ▷과잉규제·정책적 지원 부족 ▷인재유출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이 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대항전이 됐다”며 “각국 정부가 개입해 지원하면서 치열한 기술 경쟁체제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그간 초격차 기술로 우위를 보이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 평준화되면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희석됐다”며 “모든 기업들이 신규 투자를 하는 ‘투자전쟁’ 시대가 되면서 그동안 신규 투자로 경쟁력을 유지하던 대한민국의 장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년간 신규 투자가 없었던 미국과 일본 기업은 최근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지원 하에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선제적 투자로 앞섰던 K-반도체의 초격차 선언이 무색해진 셈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등 과잉 규제도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연구개발직의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반도체특별법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탄핵정국의 장기화로 표류하고 있다.

반도체특위는 위기극복 방안으로 ▷제조 경쟁력 제고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추진 ▷인재유입 위한 정책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제조업을 지키려면 제조시설 구축에 적시 투자가 필요하다”며 “메모리 기술 및 첨단 패키징 기술 등에 대한 선제적 기술개발과 시설의 적시 투자를 위한 300조원 재정지원이 필요하고, 현재 조성 중인 용인 클러스터가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용수 및 전기가 적시에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부 주도로 일명 ‘KSMC’를 구축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공기업으로 시작해 민간기업으로 전환된 대만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처럼 한국판 ‘KSMC’를 만들어 일종의 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하자는 의미다.

권 교수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이 필요로 하는 미들텍-레거시(성숙) 공정을 제공하는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해 운영하자”며 “삼성전자 선단공장과 겹치지 않는 10~20나노 사이, 20~45나노 사이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남 공학한림원 회장은 반도체 위기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엄중한 정치적 상황이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를 지켜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며 “제가 느끼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반도체 업계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뛰고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담회 후 헤럴드경제와 만나서도 “보통 (시장 턴어라운드 텀이) 1년 반~2년인데 그 안에는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현일·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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