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콘텐츠를 관리하는 케냐의 한 메타 하청업체 직원 140명이 무분별한 콘텐츠 노출로 인한 PTSD, 범불안장애(GAD), 주요우울장애(MDD) 등을 앓고 있는 것이 병원 진단 결과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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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메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콘텐츠 관리자로 근무한 직원 100여명이 모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페이스북 콘텐츠를 관리하는 케냐의 한 메타 하청업체 직원 140명이 무분별한 콘텐츠 노출로 인한 PTSD,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것이 병원 진단 결과 확인됐다.
이들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메타 하청업체 '사마소스 케냐'에서 콘텐츠 관리자로 일했던 직원이다. 하루 8~10시간씩 근무하며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는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살인, 자해, 성폭력, 노골적인 성적 학대 장면 등이 그대로 드러난 끔찍한 이미지와 동영상에 꾸준히 노출됐고, 이로 인해 집단 PTSD를 앓게 됐다는 것.
직원 185명은 케냐 나이로비법원에 메타와 사마소스 케냐를 상대로 고소장을 냈다. 고소장에는 콘텐츠 관리자로 근무하던 직원이 콘텐츠를 걸러내던 중 충격으로 기절하거나 구토한 사례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중 최소 40명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알코올, 대마초, 코카인, 수면제 등 약물을 오남용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해 콘텐츠의 영향으로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끊어진 직원도 일부 있었다. 테러리스트나 반정부 단체가 올린 동영상을 삭제했다는 이유로 이들의 표적이 돼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상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법원에 제출한 의료진단서에 따르면 국립병원에서 진찰받은 직원 144명 중 81%는 극도로 심각한 수준의 PTSD 증상을 보였다. 증상은 대부분 퇴사 후 최소 1년 후에 발현됐다.
이같은 근무 환경에서도 케냐 및 아프리카 지역 페이스북 콘텐츠 관리자들은 미국 현지 콘텐츠 관리자보다 8배 적은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비영리단체 '폭스글러브'는 영국 가디언지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증거"라며 "페이스북 콘텐츠 관리 업무는 책임자가 평생 PTSD를 앓게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메타 및 하청업체) 책임자는 인권을 대거 침해한 데에 대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메타와 사마소스 케냐는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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