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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총알받이 북한군 1100명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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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우크라 전선 피해 확인… 전체 파병 규모 10% 벌써 상실

조선일보

우크라이나 매체 이보케이션 인포가 17일(현지 시각)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한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의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북한군이 병상에 눕거나 앉아 있고(왼쪽 사진),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돌아다니는 모습(오른쪽 사진) 등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19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근 교전 과정에서 최소 100여 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고 보고했다./이보케이션 인포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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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전(戰)에 파병된 북한군이 최근 교전 과정에서 최소 100명 사망했고, 부상자도 1000여 명에 달한다고 국가정보원이 19일 밝혔다. 많지 않은 교전 횟수에도 이처럼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배경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군이 ‘총알받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날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공격으로 북한군 100명을 제거했다’며 전장(戰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우리 정부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피해 상황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추가로 보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가 개최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된 1만1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일부가, 12월 들어서 실제 전투에 투입되기 시작했다”면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이 전했다.

일부 외신에서 북한군 사망자 규모가 200명으로 보도된 데 대해 이 의원은 “국정원은 최소 4군데 우크라이나 정보기관들을 포함, 우방국 정보까지 최대한 모아서 (북한군 피해 규모를) 보수적으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정원이 밝힌 ‘북한군 100여 명 사망, 1000명 부상’보다 실제 피해 규모가 클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군이 실제 교전한 횟수는 적었다는 것이 국정원 분석이다. 그럼에도 사상자가 다수 발생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은 “개활지(開豁地)라는 낯선 전장 환경에서 북한군이 전선 돌격대 역할로 소모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후방 침투 교란이 주특기인 북한 ‘폭풍군단’이 개활지 교전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예측된 것이기도 하다. 국방정보본부는 지난 10월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후방 침투 임무를 가진 부대가 (전선인) 쿠르스크 개활지에선 활동에 상당한 제한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전으로 진행되는데, 북한에서는 드론 보급이 안 되고 훈련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했었다.

이날 국정원도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드론전에 미숙하다”는 취지로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이 드론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해서 피해 규모가 커진 측면이 있다”며 “러시아군 내에서도 ‘북한군이 드론에 무지해 오히려 짐이 된다’는 불평이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은 눈 덮인 들판에서 짙은 색 옷을 입고 이동하다 무방비 상태로 드론 공격을 받는 모습 등이 나온다.

국정원은 이번 교전 이전에도 우크라이나 미사일·드론 공격, 훈련 중 사고로 고위급을 포함한 여러 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전사한 최고위 계급은 장성급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향후 북한이 러시아에 추가 파병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국정원 판단이다. 국정원은 “폭풍군단 내에서 추가 병력 차출설이 돌고 있고, 김정은(국무위원장)의 훈련 참관 준비 정황도 포착됐다”며 “북한군의 추가 파병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또 국정원은 “북한의 파병 여력은 충분하다. 폭풍군단은 10개 여단·4만6000명 규모로, (기존에 파병된) 1만1000명을 고려해도 추가 파병 여력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대가로 북한은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추가 파병과 관련해서 “북한 내부에서 동요가 있었던 것은 사실 같다”면서 “특히 군인의 경우에는 본인이 추가 파병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 1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병사들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전사자의 얼굴까지 소각하고 있다”면서 관련 영상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기본적으로 러시아는 북한의 참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런 까닭에 러시아군에선 ‘북한군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국정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전황과 관련해선 “다음 달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종전(終戰) 협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양국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 중심으로 전황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국회에 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북한의 동태와 관련해 국정원은 “로키(Low-Key·절제된 방식)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 배경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은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체제 관리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또 한국의 여론 분열상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따로 언급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정원은 “북한의 대남 도발 임박 징후가 없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북한이 북한군이 동계 훈련을 예전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고, 북방한계선(NLL), 군사분계선(MDL)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로 조태용 국정원장을 고발(내란죄 혐의)한 만큼, 조 원장에게 현안 보고를 받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날 정보위 비공개 간담회에 불참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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