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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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어머니가 아들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는 내용의 성어가 맹모삼천(孟母三遷)이다. 나쁜 짓 일삼다가 태도를 고쳐 착한 일 하는 쪽으로 행태가 변하면 개과천선(改過遷善)이다. 두 성어에 ‘천(遷)’이라는 글자가 들어있다.
어딘가에서 다른 한 곳으로 옮겨가는 행위를 일컫는 글자다. 모습을 달리하면서 옮기는 과정을 변천(變遷), 수도를 다른 곳으로 바꾸면 천도(遷都)라고 부르는 식이다. 장소를 옮기는 이전(移轉)은 달리 천사(遷徙)로도 적었다.
글자는 벼슬자리와 관련한 쓰임이 많다. 관직에서 승진하면 흔하게 교천(喬遷)이라는 말을 썼다. 높은 곳[喬]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그 반대로 자리를 강등당하면 좌천(左遷)이다. 왼쪽보다 오른쪽을 더 높이 쳤던 옛 관념에서 비롯한 표현이다.
그래서 천객(遷客)이나 천인(遷人)으로 적으면 아예 귀양살이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있던 벼슬자리에서 쫓겨나 먼 곳에 살아야 하는 유배(流配)의 형벌은 달리 천적(遷謫)으로도 불렀다. 벼슬을 그저 낮추면 폄천(貶遷)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파면(罷免)도 파관(罷官)과 면관(免官)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둘 다 벼슬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다. 무거운 문책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개념으로는 해(解)도 있다. 요즘 말로 해직(解職)에 해당하는 말이겠다.
자리를 비워[除] 다른 이에게 준다(授)고 해서 관리의 임명을 제수(除授)라고 불렀는데, 그 자리에서 쫓아내는 일이 혁제(革除)다. 관직의 권한을 깎아버리거나(削), 아예 빼앗는(奪) 삭탈관직(削奪官職)은 우리도 잘 쓰는 말이다.
전제주의 틀에서 중국 관리의 힘은 막강하지만 부침(浮沈)도 퍽 심하다. 요즘은 잇따라 올라왔다가 부정부패로 곧장 낙마하는 중국 국방부장 자리가 큰 화제다. “높은 곳은 춥다(高處不勝寒)”고 했던 옛 시인의 말이 중국에서는 늘 사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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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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