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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사설] 환율 15년 만에 1450원 돌파, 금융·경제 불안 선제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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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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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불안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15년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1450원대로 치솟았다. 코스피도 2% 가까이 급락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0.25%포인트 낮췄지만, 내년 금리인하 전망폭을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낮춘 게 국내 금융시장 발작으로 이어졌다. 가뜩이나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위축된 우리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금융과 실물경제가 동반 침체의 악순환에 빠져 일본식 장기불황이 현실로 닥치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자본 유출과 원화 약세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수입 원자재값 급등 탓에 위축된 내수가 더 얼어붙고 물가도 들썩일 수 있다. 수출에 도움이 된다지만 부작용은 기업 생산비용 증가부터 투자 및 고용 위축, 수입업체 채산성 악화까지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오죽하면 8개 기업 경영·경제연구소장이 최대 위험요인으로 환율상승을 지목했겠나.

발등의 불은 금융·외환불안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일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변동성이 과도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외환 방파제를 높게 쌓고 대외신인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외환보유액을 적정수준에서 유지하고 외국환평형기금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내수를 살려 경기를 방어하는 것도 시급하다.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쉽지 않은 만큼 재정정책을 경기부양기조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의 7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지만 턱없이 모자란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경기 하방 위험에 대비해 여·야·정이 추경을 빨리 편성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위기를 탈출하는 근본 해법은 산업경쟁력과 성장동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수준에서 내년 이후 5년간 연 1.8%로, 2040년 이후 0%대로 떨어진다. 사정이 이런 데도 거야는 사흘이 멀다 하고 반시장·반기업입법을 쏟아내니 안타까운 일이다. 여야는 정치가 혼란스럽더라도 경제살리기에 관한 한 초당적으로 힘과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계가 반발하는 상법개정안 추진을 멈추고 이견이 적은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AI)기본법,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등 경제·민생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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