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는 18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4.5~4.75%였던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롬 파월 Fed 의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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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원화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450원대로 추락하고, 코스피는 2%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내년부터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켜면서다. Fed가 트럼프 시대를 대비해 선제적으로 물가 관리에 나섰다는 평가도 있다.
Fed는 18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존 연 4.5~4.75%였던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30개월 만에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금리 경로를 튼 이후 3회 연속 인하다. 한국(연 3%)과 미국의 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
시장은 Fed가 이달 베이비컷(0.25%포인트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FOMC 직전까지 98%에 달했다.
예상 시나리오를 벗어난 것은 시장이 주목한 ‘점도표(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 도표)’와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목소리다. 예상보다 ‘매파적 색채’가 짙어졌기 때문이다. Fed는 이날 점도표에서 내년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3.9%(중간값)로 제시했다. 지난 9월(3.4%) 전망치보다 석 달 사이 0.5%포인트 상향했다. 내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4차례 인하에서 두 번으로, 인하 횟수가 절반 줄 것으로 예고한 것이다.
파월 의장도 추가 금리 인하엔 신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금리 인하는 “박빙의 결정(closer call)이었다”고 언급했다. 이날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는 의미다. 이어 그는 “오늘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금리조정의 ‘폭과 시기’라는 표현을 통해 금리 추가조정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한 시점에 도달했거나 부근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보냈다”라고 강조했다.
파월이 다시 ‘매(통화긴축 선호)’의 발톱을 드러낸 데는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물가가 끈적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Fed가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요약(SEP)에 따르면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은 기존 2%에서 2.1%로 소폭 상향했지만 물가(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기준)는 2.5%로 종전 전망치(2.1%)보다 0.4%포인트나 올렸다. Fed는 내년에도 미국 경제는 순항하겠지만, Fed의 물가 목표치인 2%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더욱이 내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관세 인상과 불법 이민 금지 정책 등 각종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FOMC의) 일부 위원들은 트럼프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고려했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확실성도 커졌다”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글로벌 투자은행(IB)은 Fed가 다시 물가 잡기에 주력한다면, 금리 인하 속도는 예상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웰스파고는 “사실상 내년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라졌다”며 “Fed가 트럼프 정책 영향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면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앞으로 노동시장이 계속 견고하다면 추가 인하에 대한 정당성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인 발언에 미국 3대 주가지수는 하락했다. 18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3.56% 하락한 1만9392.69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2.95%)와 다우존스지수(-2.58%)도 2% 이상 급락했다. 반면 채권금리는 상승했다(채권값은 하락).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종가 기준 연 4.519%로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FOMC 쇼크는 아시아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19일 코스피가 1.95% 하락했고 대만 가권지수(-1.02%)와 일본 닛케이225지수(-0.69%)도 일제히 내렸다.
미국의 ‘매파적 인하’에 내년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에 놓였다. 최근 탄핵사태로 정국은 혼란하고, 트럼프 리스크 등 대외적 불안요인에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부양이 필요하지만, 통화정책 여력이 더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면 당분간 강달러에 원화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 만일 한국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춰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투자자 이탈로, 원화가치 하락을 더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고환율 우려보다 내년 1%대 저성장 우려에서 벗어나는 게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수시장이 더 얼어붙기 전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며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 특성상 강달러가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에 추가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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