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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대법 "14년간 장애인접근권 개선 입법 안 한 정부,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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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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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장애인 접근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국가가 당사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김 모 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소송에서 오늘(19일) 원심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정부가 장애인인 원고 2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파기자판을 통해 직접 명령했습니다.

파기자판은 원심 판결을 깨면서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95%가 넘는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이 사건 규정이 24년 넘게 개정되지 않아 장애인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일상적으로 침해받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내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개선 입법 의무를 14년 넘게 불이행한 피고(정부)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는 장애인 등 편의 증진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목적 및 내용에서 현저하게 벗어나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로써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장애인 단체가 지속적으로 개정을 요구했고 유엔(UN) 장애인 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공무원들이 개정하지 않고 규정을 방치했다며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장애인이 아닌 유아차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시민이 낸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이번 소송을 낸 원고들과 유사하게 소규모 소매점에 대한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애인들이 소송을 내면 비슷한 액수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판결은 정부의 입법부작위에 대한 배상 책임을 대법원이 전향적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향후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 관련 정책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소규모 소매점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상 의무·권장 시설을 포함해 장애인 등 편의 증진이 필요한 시설인데도 장애인의 접근권이 여전히 크게 제한되는 시설 운영자를 대상으로 개선 요구와 함께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법한 행정입법 부작위로 인해 장애인이 겪었을 고통을 위자 하는(위로하고 돕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국가에 대해 적시의 적절한 행정입법 의무의 이행과 적극적인 장애인 보호정책의 시행을 촉구하는 수단으로써 의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차별 구제 소송의 쟁점은 국가가 옛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을 장기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입법자의 부작위라 위법한 것인지, 나아가 손해배상 책임까지 성립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옛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에 따라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은 바닥면적 합계 300㎡ 이상일 때만 경사로를 비롯한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이 시행령은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유지됐습니다.

그러나 바닥면적 합계가 300㎡를 넘는 편의점은 전국 편의점 중 3%에 불과해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정부는 2022년 4월에서야 '바닥면적 합계 50㎡'로 조건을 강화했습니다.

김 씨 등은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에서 보장한 접근권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2018년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은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김 씨 등이 불복하면서 대법원은 2022년 11월부터 사건을 심리해 왔습니다.

지난 10월에는 공개 변론을 열어 전문가 참고인 등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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