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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일본 자동차업계의 판매량 기준 2·3위 업체인 혼다와 닛산이 전략적 제휴를 넘어 상호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업계 판매량 3위를 유지해 온 현대자동차그룹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8일 혼다와 닛산이 기업 결합을 위한 협의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합병 방식과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르면 내년 초 통합법인 역할의 지주회사를 새롭게 설립한 후 혼다와 닛산이 지주사 산하 브랜드로 개별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기준 각각 410만대와 340만대를 판매하며 토요타에 이어 일본 자동차업계 2위와 3위를 기록한 업체다.
두 업체가 합병이라는 파격적 선택을 한 배경으로는 실적 악화가 꼽힌다. 혼다는 중국 판매량 급감 탓에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4.6% 줄어든 2579억엔(한화 약 2조3000억원)에 그쳤고 닛산도 영업이익이 819억엔(한화 약 29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두 업체는 지난 3월부터 전기차와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는데 이 제휴가 두 업체 간 합병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병이 이뤄지면 혼다, 닛산, 미쓰비시 등 일본 3개 자동차 업체가 한솥밥을 먹게 된다. 미쓰비시는 연비 조작 파문 직후인 지난 2016년 회사 지분의 34%가 닛산으로 넘어가면서 닛산의 실질적 자회사가 됐다. 혼다와 닛산이 합병하면 미쓰비시도 한 식구가 되는 셈이다. 다만 미쓰비시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은 미미하기 때문에 추후 합병이 끝나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혼다·닛산의 합병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3위 브랜드이자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사업 계획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생각보다 충격파가 크지 않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중론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혼다와 닛산이 합쳐지면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면서 "연구·개발(R&D) 측면의 비용 절감을 통해 미래 자동차 개발에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대차·기아와 혼다·닛산의 글로벌 고객층이 서로 다르므로 해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이 급감할 여지는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의 설명처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는 중저가형 브랜드에서 고급형 브랜드로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출범 이후 이미지 전환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또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핵심인 미국은 물론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오랫동안 득세했던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존재감이 매우 커진 만큼 혼다·닛산 합병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전동화 전환 대응 과정에서 글로벌 생산량을 꾸준히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고 경쟁사인 폭스바겐의 상황이 여의찮은 만큼 글로벌 자동차 업계 순위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있다.
또한 전동화 전환 대응 성과에 대해서도 일본 자동차 업체보다 현대차그룹의 기술·제품 개발 성과가 나은 점이 있기에 혼다·닛산 통합법인이 장기적으로 미래 자동차 개발에 총력을 다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판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확실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그룹의 영향력에는 다소 못 미친다고 해도 혼다는 하이브리드차, 닛산은 전기차 방면에서 어느 정도 강점이 있었던 만큼 추후 친환경차 경쟁에서 현대차그룹이 다소 밀릴 여지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현대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전동화 전환 대응 정책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친환경차 시장 경쟁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략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가격 정책 측면에서도 혼다·닛산이 현대차·기아보다 앞선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한다면 수치로 보이는 판매량 경쟁에서 현대차그룹이 뒤처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고급화 브랜드 전략 외에도 대중적인 측면에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가격 정책과 마케팅 전략의 수정도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혼다·닛산 통합법인의 등장보다 현대차그룹에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물량 공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궁극적으로는 기술력 차이에서 시장의 승자가 결정된다"며 "혼다·닛산이 추진할 강점 보강과 중국 업체의 공세를 이기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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