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과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자체 칩 설계에 나서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요 고객사였던 이들 기업들이 자체 칩 생산으로 방향을 틀면서 팹리스(Fabless) 기업들은 판매처 축소 우려에 위기를 겪고 있는 반면, 설계 자산(IP) 및 디자인 하우스(DSP) 기업들은 늘어난 설계 수요 덕분에 반사 이익을 누리며 성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美 빅테크 이어 완성까지 자체 칩 설계 =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독립과 비용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전략이 주요 배경이다.
애플은 M 시리즈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AI 연산 성능을 강화한 독자 칩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자체 개발한 트레이니움(Trainium)과 인퍼런시아(Inferentia) 칩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AI 연산 성능을 높이고 있다. 구글도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통해 AI 작업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1월 이그나이트 콘퍼런스에서 자체 생산한 AI 칩 '마이아 100'과 CPU '코발트 100'을 공개했다. 오픈AI 역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AI 종합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자체 AI 칩 설계에 나섰다.
이에 이어, 최근에는 완성차 업체까지 자체 칩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팀을 꾸리고 외부 인재를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고성능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 투자와 글로벌 협력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테슬라는 이미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 칩을 통해 자율주행 데이터를 머신러닝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를 통해 자율주행 성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2011년부터 반도체 자회사를 설립해 자체 반도체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이외 니오(Nio), 샤오펑(Xpeng), 리오토(Li Auto) 등 신흥 전기차 업체들도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완성차 업계가 자체 칩 설계에 나서는 이유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화와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자동차 전동화와 자율주행 기능 확대로 차 한 대당 탑재되는 반도체 수가 급증하면서,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빅테크와 완성차 업체 모두 자체 칩 설계를 통해 기술 독립성을 확보하고, 비용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과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자체 설계와 생산 능력을 확보한 기업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고객사 잃을 위기 처한 팹리스…IP⋅DSP는 반사이익 = 주목되는 점은 이 같은 움직임에 한국 반도체 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것. 빅테크와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 칩 설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이들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팹리스 기업은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와 AI 반도체 설계로 성장해 왔지만, 고객사가 자체 칩 설계에 나서면서 향후 판매처를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GPU 대안으로 자리 잡으려 했던 국내 팹리스들은 대형 고객사의 발주 축소로 인해 매출 감소 우려가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와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칩 설계와 생산에 나서면 팹리스 기업들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해질 것"이라며 "자동차 전장용 칩 설계에서 특히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도체 설계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DSP와 IP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자체 칩 설계를 진행하는 빅테크와 완성차 업체들이 전문적인 설계 역량을 갖추기 위해 DSP와 IP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DSP 기업은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반도체 설계를 대행하거나 지원하며, IP 기업은 특정 설계 자산(코어 설계, 인터페이스 설계 등)을 제공한다. 이들 기업은 고객사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시장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과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성능 설계와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DSP와 IP 기업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주가도 즉각 반영…"경쟁력 강화 필요" = 국내 반도체 업계의 변화는 주가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빅테크와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칩 설계를 본격화하면서, 팹리스 기업들은 주요 고객사의 발주 감소로 인해 하락세를 보인다. 반면, IP 및 DSP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수혜를 받으며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먼저 국내 팹리스 기업 LX세미콘은 9월 27일 6만70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12월 19일 기준 5만8300원까지 하락했다. 파두도 10월 25일 2만3750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현재가는 1만5170원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넥스트칩도 11월 19일 1만6700원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서며, 현재가는 1만3600원에 머물러 있다.
다만, IP 및 DSP 기업은 설계 수요 증가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IP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는 12월 9일 9550원으로 최저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반등해 12월 19일 현재 1만4700원으로 상승했다.
칩스앤미디어는 12월 10일 1만1250원에서 반등해, 금일 1만759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온칩스는 9월 27일 4만620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였으나, 12월 9일 2만7450원으로 최저가를 찍은 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 현재 4만1200원까지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기업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자 기술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라며 "반면, IP 및 DSP 기업들은 커스터마이징과 고성능 설계 수요 증가로 시장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