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중국의 전략적 ‘마이웨이’... “북한·러시아와 거리 두며 핵·군사력 증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 “中 핵탄두 1년 새 500→600개”
국방차관보 “이익 부합 북러협력 관망”
유럽은 中딜레마… 러 지원 北과 차별
한국일보

지난달 14일 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에어쇼 차이나) 행사장을 찾은 참관객들이 중국산 첨단 극초음속 미사일 모델 ‘YJ-21E’ 전시품을 구경하고 있다. 주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이 군사력을 ‘조용히’ 키워 가고 있다는 미국 정부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핵무기 증강이 양·질 측면에서 모두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게 미국의 평가다. 실제 중국은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로 밀착 중인 권위주의 우방 북한·러시아와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실리와 명분을 다 챙기려는 전략적 독자 행보다.

공개 국방 예산의 2배 투입


미국 국방부는 18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지난해 5월까지 500개 이상 수준이던 중국의 운용 가능 핵탄두 보유 규모가 1년 새 600개 이상(올해 중반 기준)으로 커졌다고 평가했다. 2030년이면 1,000개가 넘는 핵탄두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이며, 최소 2035년까지는 계속 그 물량을 늘려 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질적으로도 중국 핵 전력은 강화일로라는 게 미국 측 분석이다. 마이클 체이스 미국 국방부 중국·대만·몽골 담당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보고서 발간에 맞춰 주최한 좌담에서 “중국 핵 역량은 양적 크기뿐 아니라 기술적 정교함과 무기의 다양성 면에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래식과 핵탄두 모두 탑재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 극초음속 미사일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드러난 군 고위급 부패 문제 탓에 다소 차질이 빚어졌을 수는 있으나 군 현대화도 진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370척이 넘는 해군의 함정·잠수함 수는 이미 세계 최다 수준이지만, 2030년이면 435척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미국 예상이다.

이는 막대한 투자 덕이다. 미국은 중국이 공식 발표하는 국방 예산보다 40~90%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개된 액수의 약 1.5~2배를 쓰는 셈이다. 이를 반영한 중국의 2024년 총 국방 지출 규모는 3,300억~4,500억 달러(약 480조~654조 원)라는 게 미국 추산이다.

북러 협력을 보는 중국 속내

한국일보

일라이 래트너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가 18일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좌담 행사에 참석해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CSIS 홈페이지 동영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 북한과 러시아는 활용 대상이다. 보고서는 중국이 국제 제재를 피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군수 산업에 필요한 이중 용도 자원을 공급하는 식으로 양측 간 협력을 측면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공개적으로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침략전 당사자인 그들과 엮일 경우 ‘책임 있는 대국’이라는 희망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고 중국이 판단한 듯하다는 얘기다.

몰래 돕는 중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날 CSIS 좌담에 참석한 일라이 래트너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는 “자국의 대북 영향력을 갉아먹는다는 점에서 북러 협력이 중국에 불편할 수 있지만, 북러 관계가 러시아를 강화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약화하며 유럽을 분열시키려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진전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럽에 중국과의 관계는 자중지란을 부르는 난제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연합(EU)이 19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작성 중인 공동 성명 초안에서 북한·이란에 대해선 ‘러시아의 침략전을 돕는다’는 이유로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중국은 비판 대상에 넣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투자 유치, 수출 시장, 생산 기지 등 중국과 긴밀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유럽 국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