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1기 당시 파월 멍청이·적 힐난 해고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11월 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를 소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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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에서 대통령과 중앙은행 수장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한 달 앞두고 내년 금리 전망치를 3개월 전에 비해 0.5%포인트(p) 높여 잡았다.
금리가 예상만큼 빠르게 혹은 많이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저금리를 사랑하는 트럼프가 파월과 또 다시 충돌할 수 있다.
1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틀 일정의 회의를 마치고 기자 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 기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정책기조는 예전보다 훨씬 덜 경기를 제약한다"며 "금리의 추가 조정을 고려할 때 더욱 신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의 속도를 늦추거나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0.25%p 인하했다. 하지만 내년 금리 전망은 3개월 전에 비해 0.5%p 높여 잡았다. 트럼프 집권 2기의 첫 해에 금리 수준이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의미로 저금리론자 트럼프의 심기를 다시 건드릴 수 있다.
게다가 미국의 금리가 예상보다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는 2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모넥스 유럽의 수석 외환 시장 분석가인 닉 리스는 로이터에 "적어도 2025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러한 예상이 맞다면 향후 몇 달 동안 달러 상승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달러 강세는 트럼프의 수입 관세 인상이라는 효과가 희석될 위험이 있다.
트럼프는 처음 집권했던 2017년~2021년 수 차례 파월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연준이 금리를 더 공격적이고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며 파월을 "멍청이(boneheads), "적(enemy)"이라고 부르며 힐난했다.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도 트럼프는 "전례 없는 수준의 금리인하"를 약속하며 금리 결정과 관련한 대통령 "발언권"까지 언급했다.
트럼프는 12월 FOMC 이전까지 파월 의장을 임기 만료 이전에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 이후 트럼프 특유의 변덕을 감안해 언제든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트럼프가 1기처럼 공식적 해임보다 간접적으로 파월 의장의 발언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파월의 의장 임기는 2026년 5월 끝나지만 당장 지금 후임을 지명하면 '그림자' 의장의 입김이 더 세지며 연준의 독립성까지 훼손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리서치 회사인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기로 결정하면 차기 행정부와 마찰이 생길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파월의 갈등 가능성 속에서 암호화폐 비트코인은 19일 아시아 거래에서 10만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트럼프가 끌어 올린 비트코인이 파월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처럼 보인다. 비트코인은 트럼프 당선 이후 파죽지세로 오르며 11만달러를 향하다가 돌연 지지선 10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파월 의장은 대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 보유와 관련된 법적 문제에 대해 "의회가 고려해야 할 사항이지만 연준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다음달 취임하면 정부가 이른바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을 설립하는 방안에 연준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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