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9일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한 총리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회법, 국회 증언감정법과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총리는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이 법안들에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과 기업, 관계부처의 의견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고,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이어 '농업 4법'에 대해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 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며 "재난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아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고 했다.
특히 쌀 초과 생산 시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선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화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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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가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의결기한 12월 2일에 구속받지 않고 예산안 심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서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돼 헌법이 정한 기한 내에 예산안이 의결되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어지면 예전과 같이 국회의 의결이 늦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국회증언감정법과 관련해선 "중요한 안건 심사와 청문회에까지 동행 명령 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또한 어떠한 이유로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등에 거부할 수 없도록 한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원칙에 반해 개인정보결정권 등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그러나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여야와 정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은 하나일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차이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의 요구한 법안들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며 "정부도 전향적이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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