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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념일인 성탄절이 엿새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성탄절은 기독교 문화에서 비롯된 날이지만 이젠 종교적 의미를 넘어 우리나라에서도 가족과 연인들이 함께 보내는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성탄절(聖誕節)의 말뜻은 '예수(성인)가 태어난 날'이지만, 이날은 엄밀히 말하면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일 뿐 실제로 예수가 태어난 날은 아닙니다.
영어 'Christmas'(크리스마스)는 라틴어 'Christus'(그리스도)와 'Massa'(모임)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리스도를 기념하는 모임 또는 미사'라는 뜻입니다.
실제 예수의 탄생일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성경에 예수 탄생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구체적인 연도와 날짜는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마태복음에선 예수가 헤롯왕 재임 기간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고만 전합니다.
누가복음에선 성모 마리아가 베들레헴에서 예수를 낳았다고 하면서 예수 탄생 당시 '목자들이 밤에 들판에서 양떼를 지키고 있었다'고 서술할 뿐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두고 이스라엘의 추운 겨울 기후를 고려하면 목자들이 12월 말 야외에서 양을 돌봤을 가능성은 낮고 예수의 실제 탄생은 봄이나 가을일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예수의 실제 탄생일과 관련한 내용이 예수의 제자들이나 초기 신학자들로부터 전승된 바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12월 25일이 성탄절이 됐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예수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언급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고대 로마의 서기이자 석판 조각가 필로칼루스가 354년 제작한 '연대기'(Chronograph)입니다.
이 연대기엔 라틴어로 '예수가 유대 베들레헴에서 12월 25일에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한 이날을 '무적의 태양신'(Sol Invictus)의 탄생일로도 칭했습니다.
예수 탄생일과 관련해 이교 축제 기원설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에 따르면 로마의 황제 아우렐리아누스가 동짓날을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상징성을 담아 이날을 이교도에서 추앙하는 태양신의 기념일로 지정했고,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이를 예수의 탄생일과 결합했다고 합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성모 마리아가 3월 25일 대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예수의 잉태를 예고 받았다고 믿었습니다.
이로부터 정확히 아홉 달 후인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여기게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로마의 농신제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는데, 이런 설들은 대체로 여러 문화적·신화적 요소가 융합해 성탄절이 12월 25로 정착했다고 봅니다.
예수의 탄생은 날짜뿐만 아니라 연도도 불확실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은 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기원전(B.C·Before Christ)과 기원후(A.D·Anno domini)로 나누지만, 원년인 기원후 1년에 예수가 태어났다고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12년 '나자렛 예수: 유년기'란 저서에서 예수가 서기 1년보다 몇 해 전 태어났고 교회에서 사용해 온 달력이 중세 수도사의 오류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역사학자들은 예수가 원년 전후 수년∼수십 년 사이에 태어났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성탄절을 12월 25일로 기념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습니다.
16세기 서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이래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을 대신해 율리우스력을 유지하는 러시아 등 동방 정교회는 지금도 1월 7일을 성탄절로 쇱니다.
우리나라에선 1945년 해방 후 미군정에 의해 12월 25일이 성탄절이자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1949년 이승만 정부가 공휴일 규정을 정비하며 이날을 '기독탄신일'로 명시해 성탄절이 법정 공휴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선 성탄절이 공휴일이 아닙니다.
성탄절에 빠질 수 없는 '산타클로스'의 기원도 흥미롭습니다.
산타클로스는 3∼4세기 현재 튀르키예에 해당하는 소아시아 리키아 지역에서 선행을 베푼 실존 인물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 주교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굴뚝에 선물을 넣어두고 간다'는 전통은 니콜라스 주교가 당시 가난 때문에 딸들을 결혼시키지 못하는 가정을 위해 한밤중에 황금이 담긴 자루를 두고 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습니다.
그의 사후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 각지에서 그를 기념해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생겼고, 아메리카로 이주한 유럽인들에 의해 '신터클라스'(Sinterklaas)로 불리다가 오늘날의 '산타클로스'로 굳어졌다는 것입니다.
붉은 볼과 코에 흰 수염을 늘어뜨린 오늘날 산타클로스의 얼굴은 1862년 '하퍼스 위클리'지의 만화가 토마스 네스트가 그린 이미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후 해돈 선드블롬이 1931년 코카콜라 광고에서 빨간 옷을 입은 산타를 선보였고, 이것이 현재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 광고 이전에도 현대적 외형의 산타클로스를 그린 이미지를 찾아볼 수 있어 코카콜라가 이 이미지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대중적으로 각인시켰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산타의 고향이 북극 또는 북유럽으로 알려진 것은 많은 삽화에서 산타클로스가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다니는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저마다 산타클로스가 자국에 산다며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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