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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롯데리아 계엄모의’ 줄잇는 풍자·조롱…중대 범죄 ‘희화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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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누리꾼들이 지난 1일 계엄모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의 한 롯데리아 지점 후기에 댓글을 남기고 있다. 카카오맵 갈무리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전·현직 군인들의 계엄 모의가 경기도의 한 롯데리아 지점에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자 온라인에선 풍자와 조롱이 이어졌다. 일각에선 중대 범죄인 계엄 모의에 대한 지나친 희화화가 범죄 혐의의 심각성과 무거움을 희석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롯데리아 A지점의 카카오맵 후기를 보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이 계엄 모의를 한 곳으로 알고 찾아온 누리꾼들의 댓글이 여럿 달렸다.

누리꾼들은 ‘내란들범들의 원픽 맛집’ ‘정보사령부도 반한 바로 그 맛! 롯데리아 내란버거’ ‘계란이 네 개 들어가 네란버거’ ‘초원복집처럼 역사책에 길이 남겠네’ ‘감튀(감자튀김) 먹으면서 내란 준비했을 거 아냐’ ‘내란순례가겠습니다’ 등의 반응을 남겼다.

해당 지점에만 특화된 메뉴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탄핵버거 출시해주세요’ ‘내란본점 한정 탄핵시즌 신메뉴 출시 바란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일부 누리꾼들은 가게 사장과 직원을 격려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가게 사장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가게에 방문해 계엄 모의를 한 사람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사장님, 직원 여러분 힘내세요. 이상한 글들은 신경쓰지 마시고 가게 운영에 열중하세요’라고 했다. ‘내란모의한 장소라고 해당 점포에 악플달지 말고, 아무 상관없는 점주님과 알바생은 건드리지 맙시다’라고 쓴 누리꾼도 보였다. ‘별점 테러하는 놈들은 제정신인가’라며 계엄모의 장소라는 이유로 벌점을 낮게 준 이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현재 롯데리아 A지점의 카카오맵 후기는 265개가 달렸다. 평점은 5점 만점에 4.6점으로 평소 ‘짠물 평점’으로 유명한 카카오맵에선 매우 높은 점수다.

일각에선 일반인인 노 전 사령관과 군인들이 만나 계엄 모의한 사실이 중대 범죄인데 일종의 ‘댓글 놀이’가 이어지면 범죄의 무거움이 가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X(구 트위터)에는 ‘조롱하며 비웃고 싶은데 이 사건 자체가 희화화로 가벼워지는 건 원하지 않아 심란함’ ‘롯데리아 계엄모의가 웃긴 게 아니라 우리가 어디선가 밥을 먹을 때 옆 테이블에서는 쿠데타를 계획할 수 있으며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그날 밤이든 다음날이든 내란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건데’ 등의 반응이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은 지난 18일 구속됐다. 노상원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도 안산에 소재한 롯데리아 매장에서 문상호 전 사령관, 정보사 소속 대령 두 명과 계엄을 사전 모의한 혐의를 받는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전후로 전화 통화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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