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중장년 재취업 분야를 살펴보면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분야를 떠올릴 수 있다. 즉 재취업 공략 대상은 동일 산업 내에 동일 직무다. 개인의 경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재취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나이를 고려할 때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가 과연 퇴직 이후 자신을 기다려 줄까? 다들 걱정이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꾸어 자신의 과거 일했던 분야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노동시장에 중장년 일자리는 많다. 퇴직 이후 '동일산업-동일직무'만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확장하여 '동일산업-타직무' 혹은 '타산업-동일직무'로의 이동 가능성을 열어 둘 것인지? 마지막으로 상당한 준비 기간을 요구하는 '타산업-타직무'로의 경력전환(career transition)도 고려할 것인지?
장욱희 교수 |
필자는 평소 퇴직을 앞둔 중장년을 대상으로 '일(work)'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라고 강조한다. 인생 전반부가 일의 목적이 생계, 경제적인 측면이 강조되었다면 인생 후반부는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라고 주문한다. 여기에 딱 부합하는 그런 분야가 있는데 바로 '중소기업'이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일(work)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최근 긱(Gig) 이코노미 시대에 일자리 이동이 빈번하고 플랫폼 일자리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을 공략할 때는 유연한 노동시장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규직, 퇴직 이전과 동일한 분야, 근무지 등을 고집하지 않으면 일자리 기회는 확대된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중장년은 퇴직 이후, 정시에 출근하여 늦게까지 일하는 건 이제 사양하고 싶다고 말한다. 수입이 다소 줄더라도 일은 과하지 않게 수행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중소기업은 특정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 출신 전문가를 모시려면 부담이 크다. 오히려 구직자가 중소기업의 이러한 부담을 덜어주면 기회가 커진다.
중소기업에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당장 어렵다면 특정 기간을 설정하여 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혹은 풀타임이 아닌 비상근 자문역할을 조심스럽게 중소기업에 제안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일의 개념을 조금만 바꾸면 중장년 일자리가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중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여성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정보를 살피고 있다. 2021.10.19 kimkim@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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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중소기업을 눈여겨 보고 공부해라. 중장년은 과거의 화려했던 틀 안에 갇히면 일자리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틀을 조금만 깨고 나오면 일자리의 기회가 많아진다. 일자리를 열심히 찾다 보면 '괜찮은 중소기업'이 점차 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이 상당수 있다. 이런 중소기업에 용기 내어 도전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상당수가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빈 일자리'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0만 명이다. '빈 일자리'는 현재 구인 활동 중이며, 한 달 이내 일이 시작될 수 있는 일자리를 의미한다.
셋째, 실무형 인재로 리셋 (reset)해라. 중소기업은 실무형 인재를 원한다. 중소기업은 현장을 발로 뛰고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다. 여기서 '나이'는 중요치 않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고경력자에 대한 니즈가 높고 중장년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중소기업,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려 하는 중소기업,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고민하는 중소기업,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신사업 프로젝트를 시도하려는 수많은 중소기업에 대한민국 중장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중장년은 장기간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중소기업에 전수해 줄 수 있으며, 기존 중소기업 직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러나 향후 기존 중소기업 종업원들을 향해 문제점만 지적하려 한다며 그들과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자신이 중소기업에서 주어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임'을 채용 과정에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2024 벤처·스타트업 SW개발인재 매칭 페스티벌이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가운데 청년 SW개발분야 구직자들이 재용 게시판을 살펴 보고 있다. 2024.10.28 leemario@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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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중소기업의 중장년 관심 분야를 확인해라. 중소기업 현장에서 CEO 인터뷰를 직접 해 보면, 기술 분야 인력을 선호한다. 그렇다고 나는 기술이 없으니 힘들겠구나? 생각하며 미리부터 포기하지 마라. 중소기업에서 선호도가 높은 중장년 인력은 기술이나 연구 분야뿐만 아니라 영업 및 마케팅 분야도 니즈가 높다. 제조업의 경우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풍부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업 및 마케팅' 분야도 중장년 일자리 기회가 많다는 점을 잊지 말라.
다섯째, 노동시장에서 몸값을 높이려면 재교육은 필수다. 과거의 경력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제안하고 싶다. 재취업에 유리한 기술 관련 자격증에도 관심을 가져라. 자격증 준비는 혼자 준비하기보다는 또래 중장년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고용노동부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한 직업훈련, 폴리텍대학교 신중년 및 서울시 기술교육원 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노동시장에 바로 뛰어들기보다는 재교육이나 직업훈련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은 훈련을 통해 재무장한 중장년에 강한 호감을 느낀다.
신종각 한국고용정보원 부원장이 지난 28일 주최한 고령자 고용 관련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고용정보원] 2024.11.29 sheep@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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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중소기업을 공략해 보고 싶다고 느낀다면 지금부터 준비해라. 컨설팅 사례를 통해 퇴직 이후 중장년이 실질적으로 중소기업에 어떻게 재취업을 했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중장년 A씨를 강의 이후 다시 만났다. 6개월 기간 동안 컨설팅을 통해 중소기업을 공략 대상으로 설정하였다. 그는 대기업에서 임원을 지냈으며 대외협력, 영업 총괄, 기술 분야 등 다양한 분야의 경력 보유자다. 그러나 58세에 막상 이력서를 제출하려니, 중소기업에서 대기업 임원 출신은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력서 낼 곳이 없다고 걱정했다.
함께 공략기업을 설정하고 대상기업(target company)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대상기업에 맞추어 이력서 및 자기소개를 작성하였다. 관련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기적으로 만나서 함께 토론했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끊임없이 이력서 등 구직서류를 보완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공략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은 지금 구인 공고가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냥 기다려야 할까? 혹시 채용공고가 없는데 재취업이 가능할까?
이때 현장에서 중장년에게 특별히 주문하는 것이 있다.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등 구직서류 외에 추가로 '신사업 제안서'를 작성하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사업 제안서는 작성하기는 어렵지만, 공략하려는 기업에 어필할 수 있고 기업으로부터 최대한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도구다.
따라서 A 씨에게 공략하고자 하는 해당 중소기업에 신사업 제안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신사업 제안서 작성을 위해 해당 산업과 기업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였다. 드디어 오랜 시간 끝에 신사업 제안서가 완성되었다.
해당 중소기업에 이력서, 자기소개서 그리고 '신사업 제안서'를 함께 제출하였다. 며칠 후 해당 기업에서 A 씨에게 연락이 왔다. 직접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K 중소기업의 회장님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얻게 되었다. 회장님 인터뷰 이후 그는 노심초사했다. 약 보름 정도 후 K 중소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해당 기업의 인사 총괄 임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도 그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구체적인 부분들에 대해 실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얼마 후 제조업인 K 중소기업에 영업 총괄 부사장 오퍼가 왔다.
K 중소기업은 제조업이며 '월드클래스 300' 해당하는 강소기업이다. 탄탄한 업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A씨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한 영업능력을 잘 피력하였으며 상대 기업에 대한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자신이 새롭게 발굴할 수 있는 신사업 제안 내용을 언급하고 상대 기업을 설득하였다. 특히 A씨의 대기업 지사장 시절 리더십과 영업 관리 능력이 어필되었다.
그는 일주일 후 출근했다. 직원들에게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특히 젊은 영업사원들의 현장 애로점을 파악하여 실질적인 문제도 해결해 준다. 무엇보다 사람을 적극적으로 만난다. 사람이 결국 자산이라며 사람 만나는 데 공을 들인다. 그가 지난 과거의 향수를 잊고 새로운 분야로의 용기 있는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장욱희 박사는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와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조교수를 역임했으며, (주)커리어파트너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방송 관련 활동도 활발하다. KBS, 한경 TV, EBS, SBS, OtvN 및 MBC, TBS 라디오 등 다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고용 분야, 중장년 재취업 및 창업, 청년 취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삼성SDI, 오리온전기, KT, KBS, 한국자산관리공사, 예금보험공사, 서울시설공단, 서울매트로 등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전직지원 컨설팅, 중장년 퇴직관리, 은퇴 설계 프로그램 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또한 대학생 취업 및 창업 교육,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정책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공공부문 면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나는 당당하게 다시 출근한다.'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효과적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인사혁신처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비상임 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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