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FOMC 기자 회견]
연준, 12월 금리 낮췄지만 ‘내년 2차례만 인하’ 전망
파월 “현재 기준금리 상당히 덜 제약적” 평가
인플레이션 진전 더디고 노동시장은 안정적
연준 내부서 트럼프 리스크 반영 움직임 시작
파월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아”
장기 중립금리 3.0%로 상승···저금리 시대 복귀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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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정점에서 1%포인트 낮아졌고, 금리 수준은 이제 상당히 덜 제약적인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추가 금리 조정에 더 신중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리 수준이 덜 제한적이라는 표현은 더이상 현재 기준금리가 경제 수요를 강하게 누를 만큼 높지 않는다는 뜻으로 앞으로 기준금리를 많이 내릴 필요가 없다는 뜻을 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여기서부터는 (통화 정책의) 새로운 단계”라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5~4.75%에서 4.25~4.5%로 내렸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결정이 “아슬아슬한 상황(close call)이었다”고 전했다. 연준 내부에서 이번 달 금리 동결에 대한 주장이 만만찮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만장일치로 인하를 결정했던 11월 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베스 해맥이 인하에 반대했다.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새로운 점도표에서 연준은 내년 기준금리 인하가 2차례에 그칠 것이란 신호를 보냈다. 분기 마다 한번씩 발표되는 점도표는 19명의 FOMC 위원들이 각자 전망하는 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도표다. 이번 회의에서 공개된 새로운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연준은 내년 연말 기준금리를 3.9%로 제시했다. 앞서 9월에 제시한 3.4%보다 0.5%포인트 높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4.25~4.5%가 된 것을 고려하면 내년 연말까지 기준금리 인하 횟수 전망이 0.25%포인트 씩 기존 네 차례에서 두 차례로 줄어들었다.
위원들 사이의 전망은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19명의 위원 중 10명이 내년 2차례의 금리 인하를 전망했지만, 한 위원은 내년 단 차례도 금리를 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봤으며, 또다른 한 위원은 내년 5차례나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상식적인 방법은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금리 인하의 배경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의 진전이 더딘 점을 꼽았다. 그는 “전년 대비 인플레이션은 횡보하고 있다”며 “내년 인하 속도 전망이 느려진 이유는 인플레이션 수치가 높고,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시장의 붕괴 우려는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업률은 소폭 오르내리긴 했지만 결국 지금은 7월 수준과 같으며, 일자리 창출 규모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와 외신들은 이번 금리 인하 전망 축소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비한 일종의 예비적 매파 행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내년에 금리 인하 폭을 줄이면 관세와 이민제한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는 “비록 파월 의장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재정정책과 무역, 이민 정책이 야기하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이번 결정의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도 연준 일각에서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고려가 있다는 점을 공개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에 내놓은 전망에 새 행정부의 정책이 반영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일부 위원들은 미래 정책을 반영하는 매우 초기의 단계를 밟았으며, 일부는 그렇지 않고, 또다른 위원들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내년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 세상에서 어떤 가능성을 완전히 포함시키거나 배제시킬 수는 없는 법”이라고 전제한 뒤 “그런 일은 아마도 일어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연준이 보는 장기 중립금리는 9월 2.9%에서 이달 3.0%로 높아졌다. 1년 전 2.5%에서 0.5%포인트 상승했다. 중립금리는 경제를 누르지도, 부양하지도 않는 금리 수준으로 연준이 장기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뉴욕타임스는 “연준 관계자들인 장기 기준금리 추정치를 1년 전2.5%에서 이번 회의에서 3.0%까지 높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며 “사소한 움직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초저금리 시대가 곧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시사하는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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