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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예술을 쉽게 즐기고 배운다면"…예체능 매칭 서비스 월클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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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클럽]강마루 월클플레이 대표 인터뷰

"예체능 전문가 플랫폼으로 시장 수요 충족"

뉴스1

강마루 월클플레이 대표 2024.12.4/ⓒ뉴스1 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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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음악을 9년간 배우고 돌아왔는데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른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죠. 월클플레이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강마루 월클플레이 대표)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강마루(60) 월클플레이 대표가 걸어온 길은 여느 스타트업 대표들과 조금 다르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가 IT 역량 혹은 고난도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했다면 강 대표는 40년 넘게 온몸으로 느꼈던 예술가의 불안정한 미래를 풀어보고자 창업에 뛰어들었다.

굶주리는 후배 예술가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또 그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온전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늦깎이' 창업에 뛰어든 강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유학 9년으로 얻은 박사 학위…귀국해도 일자리 없어 낙담

"1988년에 유학을 떠났다 1996년에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국내로 들어와서 현실의 벽에 세게 부딪혔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거의 1년을 백수로 지냈습니다."

그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뉴욕 메네스 음대를 거쳐 영국 런던의 템즈밸리대학교(현 웨스트런던대학교)에서 성악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런던음악대학교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거치며 박사 학위를 따냈다.

성악으로는 누구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을 그였지만 국내에서 성악으로 '먹고살기'는 쉽지 않았다. 성악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었고 성악가가 설 수 있는 무대도 극소수였다. 긴 유학 생활 끝에 우리나라로 돌아온 그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가 할 수 있었던 건 시간제 대학 강사였다. 하지만 대학이 그에게 내준 강의 시간도 넉넉하진 않았다. 그는 "당시 시급이 1만 4000원이었는데 시급으로 보면 적은 것은 아니었지만 강의 시간이 많지 않아 한 달 월급은 30만 원도 채 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와 같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학 강단에 서면서 음반을 발매했고 방송 무대에 꾸준히 올라 이름을 알렸다. 그렇게 팝페라 가수로 자리를 잡으면서 2019년까지 단독 공연을 15회 개최했다. 다른 예술가들에 비하면 그의 커리어는 비교적 잘 풀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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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플레이 등록을 위해 면접을 보러온 예체능 전문가들의 이력서. 2024.12.4/ⓒ뉴스1 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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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월클플레이 창업

성악가이자 팝페라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그가 월클플레이를 창업한 건 2022년 6월이었다. 강 대표는 "예술가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가 진단한 우리나라 시장은 예술가들의 온전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시장이었다. 세계적인 콩쿠르에 입상하는 등 저명한 예술가들은 처우가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이들은 극소수다. '이름을 알만한' 예술가가 아니라면 공연료가 터무니없이 적은 것은 물론 재능기부를 명목으로 한 무료 공연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가 아직 만연하다. 한 번이라도 무대에 올라 이름을 알리는 게 절실한 예술가들은 이를 거절할 수 없었다.

이에 강 대표는 예술가 전문 플랫폼인 월클플레이를 창업했다. 전국의 예체능 전문가들을 이곳에 모아 대중들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예술가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다.

전문가 플랫폼으로서 높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학력·서류·면접 등을 거치는 검증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특히 강 대표는 월클플레이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하려는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역량부터 인성까지 직접 살핀다.

지난 4개월간 약 1200명의 면접을 진행했고 현재는 약 500명이 월클플레이에 '월클'(전문가)로 등록돼 있다. 면접을 통과한 나머지 전문가들도 승인을 앞둔 상태다.

"면접 보러 오시는 분들이 하나같이 한 줄기 빛을 봤다고 해주세요. 일이 잘 안 풀리니까 비참해서 저랑 같이 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닙니다. 저도 옛날 생각이 나고요."

이처럼 인재풀을 확보한 강 대표는 페이, 지도, 채팅 등 여러 서비스 추가를 거쳐 지난달 29일, 창업 2년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처음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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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플레이 사무실 내 게시판에 꽂혀 있는 2025년 목표. 2024.12.4/ⓒ뉴스1 이정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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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입시·취미 시장·기업 복지 공략…내년 매출 70억 목표

다수의 전문가를 보유한 월클플레이가 타깃으로 하는 시장은 △예체능 입시 시장 △직장인·시니어 취미 시장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중 '예체능 및 취미·교양 사교육' 금액은 6조 5543억 원이다. 전체 사교육 시장이 약 27조 원 규모인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강 대표는 "현재 예체능 입시 시장은 정보가 부족해 전문가들을 알음알음 구하는 상황"이라며 "우리처럼 검증된 사람을 매칭해주는 시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들을 타깃으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공략하는 두 번째 시장은 직장인 및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취미 시장이다. 성인 사교육 또는 취미·여가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업계는 최소 1조 5000억 원 규모로 보고 있다.

마지막은 직원 복지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들이다. 월클플레이에 등록된 예체능 전문가들과 기업을 연결해 직원 복지 서비스 시장으로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월클플레이가 달성하고자 하는 2025년 목표는 △월클 1만 명 △이용자 수 100만 명 △연 매출 70억 원 이상이다. 강 대표의 사무실 게시판에는 해당 목표가 적힌 종이가 꽂혀 있었다.

"좋은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예체능 전문가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서 일자리도 얻고 본인의 재능과 끼를 사회에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할 게 없을 것 같습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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