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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중 패권경쟁 시대 한국의 전략은?…"한일관계로 돌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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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 정상화의 물꼬를 튼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는 시점에 한일 협력 강화가 시대적 요청이라는 도발적인 제안을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이 내놨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동맹이든 우방이든 '돈 나오는 기계'(머니머신) 취급을 하고, 갈수록 군사 위협을 강화하는 중국은 여차하면 반도체 원재료 공급을 끊어버릴 태세다. 핵을 만든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현대전 기술까지 익히고 있다.

한국이 처한 안보 위기 상황이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 역시 똑같은 안보 위험에 처해 있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안다고, 현재 대한민국의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나라가 있다면, 다름아닌 일본인 셈이다.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또 가능한 이유다.

일본과의 협력을 말하면 늘 되돌아오는 질문이 있다. '일본이 그릇된 역사 인식을 고치지 않는데 왜 우리가 일방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이후 호된 비판에 직면했다. 그리고 조기 대선 이후 민주당 정권이 들어선다면 한일 관계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냉각기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가미래전략원도 한일 갈등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질문에 먼저 대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역사 문제를 완전히 풀 때까지 한일간 경제와 안보 협력을 미루는 것이 합리적인가?" 그리고 답도 제시한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여전히 과거의 시각에 고착되어 현실을 냉철하게 평가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해 막대한 경제와 안보 비용을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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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구소들은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5위, 일본을 6~7위로 분석한다. 군사력의 측면에서 한국은 이미 일본을 추월했거나 대등하다는 뜻이다. 일제의 침략이라는 악몽에 갇혀 있기 보다는 2027년이라는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되는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안보 위기에 공동 대처하는 노력이 현명하다.

인구가 5천만명 이상이면서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는 전세계에 7개 밖에 없다. 한국과 일본은 둘 다 그 7개국 안에 드는 강국이다. 하지만, 둘다 다른 나라의 공급망에 의존한다는 약점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이 약점은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나아가 AI와 같은 미래 기술 개발에서 더욱 치명적이다. 미국이나 중국, 유럽연합은 그 자체의 경제규모로 인해 막대한 투자가 가능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가미래전략원은 두 번이나 전쟁을 벌였던 프랑스와 독일이 손잡고 유럽연합의 주역으로 거듭난 과정을 한일 양국이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시작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였다. 그게 유럽경제공동체(EEC)가 됐고, 유럽공동체(EC)를 거쳐 유럽연합(EU)이 됐다. 그 사이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로 시작한 협력체는 27개 회원국으로 늘어났다.

한국과 일본도 어느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되돌릴 수 없도록 협력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그 방법으로 과감하게 한일 노동시장 통합을 제안한다. 노동력이 부족한 일본에 취업난을 겪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낼 수 있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평균 임금이 7천 달러(약 1,000만원) 가량 적은 일본의 노동력이 한국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 새로운 취업 시장이 열린다면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자연스럽게 해결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쯤되면 이미 자본이동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한일간에 경제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여기에 '개방성'이라는 요소를 추가한다. 경제동맹의 대상을 한일로 국한하지 말자는 것이다. 예컨대 대만을 경제동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면, 전세계 반도체 제조 강국의 동맹이 만들어진다. 이들이 경제를 넘어서 안보의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확장하면, 대만 해협의 갈등에도 목소리를 내는 힘을 갖게 된다.

어쩌면 꿈만 같은 얘기다.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는 미국의 매개가 있었기에 가능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더이상 한일 관계의 매개역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어쩌면 10년 안에 미국은 한일관계의 매개 역할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도 우리는 계속 일본의 역사 인식을 문제삼으며 일본과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게 맞나?

프랑스가 '절대로 독일을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에 집착했다면 오늘날 유럽연합은 존재할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역사 문제가 미래 지향적인 한일 협력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역사 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해서 한일협력에 임하는 것은 양국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더 심각하게는 한국의 내적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미래전략원의 결론이다.

강상구 기자(kang3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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