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최정진 |
‘sleep divorce’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말하자면 ‘잠자리 이혼’이라는 건데, 콩글리시가 아니다. 엄연한 공식 영어 문구(an established English phrase)다. ‘잠자리에서 사달이 벌어져(have issues in bed) 결국 이혼한다(end up divorcing)’는 게 아니라 ‘부부가 각기 다른 침대나 침실에서 잔다(sleep in separate beds or bedrooms)’는 것을 뜻한다.
“잠자리 따로 한다(sleep apart)더라” “각 방 쓴(sleep in separate rooms) 지 오래됐다더라” 하면 별거·이혼 앞둔(be on the brink of separation or divorce) 시한부 관계(time-limited relationship)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엔 sleep divorce 하는 것이 prevent divorce 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역설(逆說·paradox)이 나온다. 원수처럼 싸웠다가도 한 이부자리 들어 살 맞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알콩달콩해진다는 말은 구석기 시대 화석처럼 굳어진(be fossilized like a relic from the Paleolithic) 지 오래다.
sleep divorce 하는 것이 결혼 생활에 큰 도움 된다는(do wonders for the marriage) 설이 힘을 얻고 있다(gain momentum). 특히 효율성·합리성을 우선시하는(prioritize efficiency and rationality) 젊은 부부들 사이에 트렌드처럼 확산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배우자가 코를 심하게 골거나(snore heavily) 이리 저리 몸을 뒤척여(toss and turn) 겪는 수면 장애를 피하려는 것부터 단순히 각자의 공간 확보를 위한(simply have their own space) 것까지 다양하다.
침대나 방을 따로 쓴다는 말은 더 이상 관계의 종말을 알리는 조종(弔鐘·death knell of a relationship)으로 들리지 않는다. 수면을 방해받지 않고 푹 휴식을 취하고 나면(be well-rested) 마음의 여유가 생겨 배우자에게 더 너그러워지고(become more tolerant), 서로 열받을(be pissed off at each other) 일 없으니 성생활도 원만해진다고 한다.
red flag는 ‘붉은 깃발’이라는 뜻과 함께 ‘경고 신호(warning signal)’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일부에선 sleep divorce가 실용적 측면에선 긍정적 효과(positive effect)가 있지만, 역작용(adverse effect)이 있을 수 있다며, red flag는 아닐지언정 pink flag가 될 수 있다고 염려한다. ‘out of sight, out of mind(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라고 하는데, out of skin 하면 뭔 일 어떻게 벌어질지 누가 아느냐고 우려한다.
그래서 제시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칸디나비아 수면 방식’으로, 한 침대에서 자되 이불은 각각 따로 덮어 체온이나 뒤척임에 따른 수면 방해를 피하는(avoid sleep disturbances)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꽤나 현실 타협적이다(be quite compromising with reality). 주중에는 sleep divorce 했다가 주말에는 한 침대에서 ‘sleep remarry’ 하라는 것이다.
[영문 참조자료 사이트]
☞ https://theweek.com/culture-life/sleep-divorce-trend
☞ https://nationalpost.com/longreads/sleep-divorce-sleep-aids
☞ https://www.today.com/health/sleep/sleep-divorce-rcna35021
☞ https://globalnews.ca/news/10846837/sleep-divorce-couples-breaking-up-at-bed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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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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