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반도체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전략을 연구해 온 공학한림원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역사상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우위를 보이던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은 평준화 시대로 진입해 격차가 좁아졌고, 선도적 투자 경쟁력도 상실했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생태계는 취약하고 인재 부족과 두뇌 유출도 심각하다. 공학한림원은 선도적 기술 개발과 적시 투자를 위해 300조 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비밀병기인 ‘부지런함’이 없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주 52시간 근로 규제 때문에 30분만 더 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도, 퇴근하고 다음 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속도 경쟁인 반도체 산업의 속도를 지연시키는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정리하고 주 52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석학들은 주문했다.
촌각을 다투는 반도체 패권 전쟁이 전개되고 있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 등은 표류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관심에서 사라지며 국회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경쟁국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첨단산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서는데, 우리는 공학 석학들이 나서 살려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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