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준 29조 원 매출을 기록한 CJ제일제당을 필두로 3조 원 이상 매출 식품기업이 10개로 늘어났고, ‘불닭면’을 위시한 라면, 만두, 치킨, 김, 냉동 김밥, 김치 등의 수출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그것도 제값 받는 고급 프리미엄 제품으로 말이다. 이는 지난 코로나 사태 덕분에 전 세계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가까워졌고 이사이 영화, 드라마, 음악 등 K컬처의 약진과 함께 품질과 안전성을 착실히 다져 왔던 K푸드의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K푸드의 수출 산업화에는 기업들의 노력이 가장 컸겠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적극적인 규제 외교도 큰 몫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지난 30년간 묵묵히 우리 식품기업들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글로벌 수준에 맞춰 놓은 숨은 주역인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의 역할도 작지 않다. 현재 국내 2만여 개 업체가 이 인증을 받았고 전체 국내 생산 식품의 9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이 실로 대단하다.
해썹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식품의 예방적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원윈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이는 1995년 12월 ‘식품위생법’, 1997년 12월 ‘축산물가공처리법’으로 국내에 도입된 정부 주도의 안전관리인증기준 제도다. 이는 척박했던 우리 식품산업의 위생 관리가 형편없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던 1990년대 획기적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던 시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30년간 ‘한국형 K해썹’은 위해 가능성에 따른 품목별, 규모별, 업소별 차등적 의무 적용과 자율적 선택이라는 투 트랙 방식으로 추진됐다. 비록 선진 외국에 비해 한참 늦었지만 K해썹의 성공적 정착은 30년이 지난 지금에는 선진국에서조차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길 정도로 성공적이고 이제부터는 디지털, 국제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과의 연계 등 스마트 해썹으로 간다는 비전도 선포했다. 그러나 앞으로의 30년은 과거 양적 성장에 의존했던 전략에서 탈피해 더욱 고도화된 질 높은 해썹으로 진화돼야 한다.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첫째, 실효성을 더 높여야 한다. 해썹은 인증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식품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다. 이를 인증받거나 인증해 주는 것이 끝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도록 실효성과 현장 적용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둘째, 해썹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한다. 신규 인증을 꼼꼼히 하여 누구나 쉽게 인증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희소성이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셋째, 해썹 의무 완료(2029년)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이제 해썹은 업체가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필수 조건이 되어야 한다. 사실 해썹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식품위생법 테두리 내에서 안전한 식품을 제조, 판매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K해썹은 국가 인증으로 관리되고 있는데, 세계적 추세는 민간 부문에서 자유롭게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다시 한번 냉철하게 나누고, 수출입에 실제 활용되는 글로벌 인증들과의 조화 등 더욱 정교하고 쓸모가 많은 제도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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