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의 측근과 변호인들이 17일 수도 라파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랄레스에게 발부된 미성년자 인신매매 혐의의 체포영장을 반박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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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의 전 대통령 이보 모랄레스(65)와 그 후계자인 현직 대통령의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자신이 미성년자를 인신매매해 아이를 낳게 했다는 혐의로 발부된 체포영장과 관련해 “잔인한 사법 전쟁”이라고 비난했다.
볼리비아 검찰의 산드라 구티에레즈 검사는 16일 “미성년자 인신매매” 혐의로 모랄레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확인했다. 모랄레스는 15살 소녀와 성관계를 갖고 아이를 낳게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현 정부와 한달째 공방을 벌여왔다. 검찰 쪽은 6개월 동안 모랄레스를 예방적 구금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모랄레스는 자신에 대한 혐의가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이 꾸민 음모의 일환”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모랄레스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아르세가 이 사건의 배후이며, 미국에게 환심을 사려고 꾸민 음모라고 비난했다. 모랄레스는 “나를 전쟁의 트로피로 미국에 넘기려는 루이스 아르세 정부가 펼치는 잔인한 사법전쟁의 희생자”임을 자처했다.
모랄레스 쪽은 현재 그가 정치적 근거지인 코차밤바에 은신해있고, 경찰에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쪽은 이 영장이 이미 지난 10월에 발부됐으나, 모랄레스가 있는 코차밤바 지역이 코카 재배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어,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의 부모가 지난 2015년 정치적 호의를 얻으려고 15살 딸을 모랄레스 당시 대통령의 ‘청소년 단체’에 보냈고, 딸이 1년 뒤 아이를 낳았다고 주장하며 모랄레스를 아버지로 지목했다고 밝히고 있다. 모랄레스의 변호인들은 이 혐의는 이미 2020년에 수사를 통해 증거없음으로 결론났는데도 아르세 정부가 다시 끄집어 내서 수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남미 국가 최초의 원주민 출신 국가 지도자였던 모랄레스는 지난 2005년 대선에 당선된 뒤 높은 인기 속에 원주민들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 좌파 성향의 정책을 펼치며 기득권층과 대결했다. 그는 2009년 및 2014년 대선에서도 승리하고, 2019년 대선에서도 4선 연임을 시도하다가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반대 진영의 시위로 실각했다. 그는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소속당인 사회주의운동의 아르세를 밀어 당선에 기여하고 귀국했으나, 자신의 재집권을 두고 아르세와 관계가 악화됐다.
국민들에게 여전히 인기가 높은 모랄레스와의 관계 악화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아르세 대통령은 지난 6월 쿠데타를 진압했으나, 자작극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모랄레스의 대통령 선거 출마에 반발하다가 해임된 육군사령관이 병력을 이끌고 수도의 대통령궁 광장을 점거하는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아르세의 저지로 무산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태는 아르세가 자신의 단호한 지도력을 보이려는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일었고, 아직도 정확한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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