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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출석 요구·탄핵심판 절차 불응… “결국 尹 자충수 될 수도” [‘尹 탄핵’ 가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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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보낸 준비명령 송달받지 않아

우편으로 보낸 탄핵 서류도 수취 거부

예정된 준비기일 연기 요청할 가능성

정식 재판 돌입 후에도 ‘지연전략’ 관측

법조계 “헌재, 재판 비협조 등 종합 판단

박근혜 때도 ‘헌법 수호 의지 없다’ 질타”

尹, 64번째 생일… 지지자들 꽃바구니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에 응하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이어 재판에서도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의 이런 지연 전략은 결국 탄핵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8일 헌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헌재가 입증 계획과 증거 목록, 계엄 관련 국무회의 회의록, 포고령 1호 제출을 요구하며 보낸 준비명령을 송달받지 않고 있다. 헌재는 이번 준비명령을 17일 전자송달과 18일 우편으로 보냈으나 윤 대통령 측은 명확한 수신 확인을 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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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본인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14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가진 대국민 담화 중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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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16일 보낸 사건접수 통지 및 답변서 요구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헌재가 우편으로 보낸 탄핵 서류는 대통령실과 관저에 각각 17일 오전 11시31분, 오전 9시55분에 도착했다. 하지만 ‘수취인 부재’와 ‘경호처 수취 거부’를 이유로 전달되지 않았다. 우체국 측이 대통령실과 관저를 재방문하더라도 송달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류 수령을 계속 거부할 경우 당장 27일 예정된 준비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이 자료 검토를 못했다는 이유로 의견을 밝히지 않거나 기일을 미뤄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절차 지연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발송한 문서는 아직 송달 중”이라며 “송달 관련 절차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이 정식 재판에 돌입한 뒤에도 계속 지연 전략을 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도 2017년 탄핵재판에서 수십명에 달하는 증인을 신청하거나 재판부가 요구한 자료 제출을 미루면서 재판 시간 끌기를 시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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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참여 거부 속… 헌법재판관 청문특위 ‘반쪽 출범’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맨 오른쪽)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첫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이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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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지연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는 대통령이 헌법 질서를 수호할 자세와 각오가 돼 있는지도 종합적으로 판단해 헌법심판을 내리게 된다”며 “재판 당사자가 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고 재판을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헌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리며 “헌법 수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윤 대통령의 송달 거부에 대해 “재판 지연 술책이라기보단 소송에 훼방을 놓는 행동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 측이 증인 신청, 기일 변경, 불공정 재판 주장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면서도 “헌재가 소송 지휘를 통해 이런 요구를 적절히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가 제출을 요구한 국무회의 회의록과 포고령 1호 등에 윤 대통령이 추후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해당 국무회의는 계엄선포 직전인 3일 오후 10시17분부터 약 5분간 진행된 것과 계엄 해제를 위해 4일 오전 4시15분 열린 회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1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회의록 존재 여부를 묻는 말에 “회의록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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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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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가 이런 자료를 요구한 데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절차와 내용에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요건을 따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서 교수는 “비상계엄을 발동할 만한 요건을 갖췄는지, 회의록이 실제로 부재한지 등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고령과 관련해선 “국회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한 것이나 의사를 ‘처단’하겠다고 한 대목 등이 대통령 스스로 밝힌 계엄의 ‘목적’과 부합하는지 등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직무정지 상태에서 64번째 생일을 맞았다. 1960년생인 윤 대통령은 별도 행사 없이 한남동 관저에서 생일을 보냈는데 전날부터 지지자들이 관저에 축하 꽃바구니 등을 보내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이를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민·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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