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동창에 맞아 식물인간 된 딸… 가해자는 ‘징역 6년’

친구들과의 여행 도중 중학교 여자 동창생을 폭행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뜨린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18일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A(20)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청사 전경.

A씨는 지난해 2월 6일 부산을 여행하던 중 한 숙박업소에서 중학교 동창 여성을 강하게 밀치는 등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피해자는 그의 폭행으로 테이블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허리와 목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경색과 뇌척수막염 등 진단과 함께 전신이 마비된 채 의식 불명에 빠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3∼5년의 시한부 선고도 받았다. 피해자는 지금까지도 건강이 호전되지 않아 인공호흡기와 타입의 보조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피해자의 어머니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 딸의 피해 관련 글을 올려 “건장한 남자가 44㎏의 연약한 딸아이의 머리를 가격해 사지마비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며 “그런데도 가해자와 그 가족은 사과 한마디 없이 변호사부터 선임했다. 돈 없고 빽없는 나약한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세상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호소해 네티즌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A씨는 당시 피해자가 다른 동창생과 말다툼을 벌이자 이에 끼어들어 이런 폭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성인 여성 2명이 날아갈 정도로 힘껏 밀쳐 식물인간이 됐는데도, 피고인은 피해 복구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6개월 전에도 17세 여성과 교제하면서 폭행해 약식명령으로 처벌받은 전력 등을 감안했다”며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자,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원심판결에 불복해 공소사실을 상습특수중상해로 변경하고, 예비적 공소사실로 중상해를 적용해 항소한 뒤 A씨에게 다시 징역 17년을 구형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항소심에서도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딸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정신 나간 사람처럼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한 뒤 “주변에서 그만 딸을 보내주라고 하지만, 절대 그렇게 딸을 보낼 수 없다”고 오열하며 엄벌을 요구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과거 폭행과 이번 범행의 유사성을 찾기 어렵고, 위험한 물건인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예비적 공소사실인 중상해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당시 19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는 자신의 인생을 펼쳐볼 기회도 얻지 못하고 허무하게 병상에 누워있어야 하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의 부모는 혹시라도 딸을 잃을까 봐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서 참담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피고인은 4차례에 걸쳐 폭행 범행을 저질러 소년 보호나 벌금형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에 대해서도 “이 사건과 연관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은 중상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 중 가장 무거운 유형에 해당한다”며 “중상해죄의 양형 균형과 유불리한 정상 등을 모두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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