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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서른셋에 백혈병으로 숨진 삼성반도체 엔지니어, 항소심서도 산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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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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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화성사업장에서 일하다 유해물질·극저주파 자기장 등에 노출돼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숨진 엔지니어가 항소심에서도 산재를 인정받았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5일 삼성전자 노동자였던 신정범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건식 식각 공정 설비 엔지니어였던 신씨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17라인에서 웨이퍼 가공 공정 설비를 배치·조율하는 업무와 유지 보수, 사후정비 업무 등을 맡았다. 반도체 생산라인(팹·FAB) 하부공간(Sub-FAB)에도 빈번하게 출입하며 일했다. 그는 퇴사한 지 5년 뒤인 2021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 11월 숨졌다.

1심 법원은 지난해 7월 근로복지공단과 달리 산재를 인정했다. 신씨가 벤젠·포름알데히드·극저주파 자기장 등에 노출된 것이 백혈병 원인이라고 봤다.

2심 법원도 1심 법원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단이 제출한 증거들 및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만으로 신씨 근무 당시(2014~2016년)의 작업환경이 백혈병 발병 가능성은 전혀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개선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1년 8개월의 유해물질 노출만으로 백혈병이 발병하지 않는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고, 극저주파자기장 노출도 백혈병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6월5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현장검증을 실시하면서 신씨가 근무했던 17라인 클린룸, 지하시설 등을 살펴봤다.

신씨 아버지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통해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하루라도 빨리 산재가 확정돼 우리 정범이의 억울한 한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 유족을 대리한 임자운 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는 “근로복지공단은 신씨 작업환경을 조사하지도 않은 채 ‘2011년 이후의 작업환경은 그 전과 다르다’며 독단적 판단을 했다”며 “신씨는 ‘뭐가 어떻게 달라졌다는 건지 설명이라도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 중에 사망했다. 공단은 유족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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