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고의로 소통을 막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트래픽 급증으로 네이버·카카오 다음 일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자 한 네티즌이 남긴 반응이다. 이날 오후 11시부터 네이버·다음 카페에 접속이 되지 않거나 댓글이 달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자, 계엄령의 일환으로 국민의 소통을 강제로 막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불거졌다. 포털의 마비로 핵심 소통 창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 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정보원으로써 포털에 대한 의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보유율은 93.4%였다.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이용자의 비율은 70%로 2위 TV(27.5%)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이나 TV보다 국가적인 혼란 시 포털로 상황을 확인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난해 부가통신서비스 부문 재난관리 의무 대상으로 네이버, 카카오를 지정했다. 의무 대상으로 지정되면 핵심 서비스의 지속 제공을 위한 분산·다중화 체계를 마련하고, 장애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그럼에도 네이버와 카카오가 정보원으로써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오후에는 네이버 검색 서비스에 뉴스가 노출되지 않는 오류가 20분간 지속됐다. 지난해 5월에는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쏴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가 발령하자, 접속자 수가 급증하며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이 일시 마비됐다. 카카오톡은 올해 들어 로그인 페이지 접속 실패와 로그인 유지 실패 등 오류가 5차례나 발생했다.
정부는 포털이 장애 현황 모니터링 체계와 네트워크 분산 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도록 점검 횟수를 늘리고, 이행하지 않았다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상 정부는 통신재난 예방 점검을 연 1회만 시행하면 된다. 정부의 보완 명령을 따르지 않더라도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게 전부다. 그간 일어난 서비스 장애에 비해 점검 횟수가 적고, 처벌 수준도 기업 규모에 비해 작으니 솜방망이인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정부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서비스 장애를 막기 위해 주요 인프라에 대한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전담팀의 인력을 확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불·연기를 통해 침입 등의 재난을 주민에게 알렸던 봉수대가 있었다. 국가 혼란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만큼, 봉수대를 맡는 관직이 제때 신호를 올리지 못하면 파직을 비롯한 엄격한 처벌이 뒤따랐다고 한다. 비상시국에 디지털 봉수대 역할을 하는 포털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는 사실을 정부와 기업은 잊어서는 안된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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