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은 GA 소속 설계사에게 ‘1200% 룰’을 적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보험판매 수수료 개편 방향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1200% 룰은 보험 계약 체결 뒤 1년 동안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액수를 월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정하는 규정이다. 지금껏 보험사가 전속 설계사와 GA에 수수료를 지급할 때만 해당됐는데, 이제는 GA가 GA 소속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주는 경우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GA소속 설계사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셈이다.
수수료를 보험 계약 후 최대 7년 동안 나눠 지급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담겼다. 설계사는 지금껏 계약 후 1~2년 사이에 수수료를 한꺼번에 받았다. 금융 당국은 설계사가 단기간에 수수료를 모두 받으면 계약을 관리·유지할 이유가 없어지고, 고객에게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것이 문제라고 봤다. 수수료 지급 기간을 최대 7년으로 늘려 이 기간만큼은 계약 관리·유지에 힘쓰라는 취지다.
GA업계는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다. 보험 판매 후 1~2년 동안 받을 수수료를 7년에 걸쳐 나눠 받게 되면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계약 후 3년째에 계약이 해지되면, 이후 받을 수수료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GA업계는 생계곤란을 겪는 설계사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GA업계 관계자는 “보험 계약 후 5년이 되면 계약 유지율은 50% 아래로 내려간다”라며 “계약 해지 시 수수료를 못 받게 돼 수입 감소가 예상된다”라고 했다. 한 설계사는 “보험 상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더 좋은 상품이 나오면 고객에게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게 맞지 않냐”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돈의 가치가 하락해 장기간 수수료를 모두 받아도 실제로는 손해다”라고 했다.
금융위원회 전경.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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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할 때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된다”는 날 선 반응이 나왔다. 또 다른 설계사는 “TV나 냉장고를 살 때 매장이 얼마나 돈을 버는지 공개하냐”라며 “설계사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GA업계는 과당경쟁을 설계사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GA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감독을 안 했던 부분은 말하지 않고 판매채널의 수수료 문제로 책임을 돌려 수수료를 줄이는 형태가 됐다”라며 “먼저 과당경쟁을 일으킨 보험사의 수익을 보장해 주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했다.
보험업계는 수수료 개편 방안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다. 규정을 우회해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어서다. 1200% 룰이 처음 도입됐을 당시 기존에는 없던 ‘2차년도 시상’ 등을 만들어 수입을 보전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보험사 매출이 대형GA의 판매 전략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만큼, 보험사가 GA의 수입 보전 요구를 묵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편안을 우회해서 (수수료를) 지급하는 수단이 많다”라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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