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17일(현지시간)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 완충지대에 있는 헤르몬산 정상의 이스라엘 진지를 방문해 이곳을 장기 점령할 뜻을 시사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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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시리아 영토 내 비무장 완충지대에 있는 헤르몬산 정상을 방문해 자국군이 이곳을 장기 점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8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독재정권이 붕괴되자 혼란을 틈타 시리아 영토 완충지대로 지상군을 투입해 50년 만에 이곳을 점령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카츠 국방부 장관과 함께 헤르몬산 정상을 찾아 이곳에 배치된 자국군 병력에 방어 시설을 구축하고 장기 주둔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곳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다른 합의가 있을 때까지” 이곳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총리가 사실상 ‘무기한 점령’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시리아의 권력 공백기를 틈타 시리아 영토로 진군하며 이를 자국 국경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항변한 바 있다. 이후 “이번 겨울 내내”(카츠 국방 장관) 시리아 완충지대에 주둔하겠다고 말이 바뀌었고, 이제는 장기 점령까지 시사한 것이다.
헤르몬산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 일대 ‘비무장 완충지대’ 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3국의 국경에 걸쳐 있는데, 해발 2814m 최고봉은 시리아 영토다. 과거 시리아군 진지가 있었으나 1974년 체결된 양국 간 휴전협정에 따라 이 일대가 ‘비무장 완충지대’로 지정되면서 시리아군이 철수하고 50년간 유엔휴전감시군(UNDOF)이 주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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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로 1974년 휴전협정이 무효가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행위’라는 비판에도 이곳에 다시 진군한 것은 이곳 봉우리가 레바논, 시리아 영토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와 불과 35㎞ 떨어져 있을 만큼 가까운 데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동남부와 맞닿아 있어 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카츠 장관은 헤르몬산 정상이 “이스라엘의 눈”이라며 주둔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감시하고 동향을 감시할 수 있는 고지대란 뜻이다.
반세기 만에 다시 헤르몬산 정상을 찾았다는 네타냐후 총리도 이날 “이곳이 그리웠다”고 말하며 “나는 53년 전 순찰을 위해 군인들과 함께 이곳에 왔고, 오늘날 이스라엘의 안보에 있어 이곳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의 위협’을 명분으로 골란고원 점령지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착촌 건설 역시 국제법 위반이다. 골란고원에는 유대인 정착촌이 30곳 넘게 조성돼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가 집단 이주시킨 유대인 3만여명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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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412161504001
골란고원 점령지에 살고 있는 시리아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골란고원에는 이슬람 소수 종파 드루즈파 주민 2만40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반세기 넘게 이어진 이스라엘의 점령과 1981년 이스라엘 정부의 일방적인 합병 선언에도 이스라엘 시민권을 거부하고 시리아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8일 알아사드 정권 붕괴 소식에 반군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오며 본국에 반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곧바로 이스라엘군 탱크가 이 일대에 진입했다.
골란고원의 한 드루즈파 마을 주민은 이스라엘 언론 하레츠에 “그들이 쉽게 철군하지 않을 것이란 걸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진군은 곧 시리아에 들어설 새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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