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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기고] K컬처가 담아내는 언어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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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조수진 일미푸드 대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밥 먹다”, “물 먹다”, “약 먹다”, “껌 먹다” 뿐만 아니라 우리말에서는 심지어 겁, 욕, 귀까지 먹을 수 있다. 영어도 먹을 수 있는 종류가 만만치 않지만, 우선 입안에 들어가는 것에 따라 다른 동사를 쓰는 것이 영어 초급자들을 늘 괴롭힌다.

음식은 eat(먹다) “eat food”, 액체는 drink(마시다) “drink water”, 약은 take(복용하다) “take medicines”, 껌은 삼키면 안 돼서 씹다(chew). “chew gum” 와 같이 여러 가지 동사들과 어울린다.

문화의 차이로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지만 사용하는 food와 관련된 표현들이 다소 다른 점이 언제나 흥미롭다. 여기서 한국말처럼 귀, 겁, 욕까지 먹듯 영어에도 재미있는 먹는 표현들이 있다.

“eat my shorts (웃기지 마)”라는 표현은 만화 ‘심슨 가족(The Simpsons)’ 중 말썽꾸러기, 청소년 반항아 캐릭터인 Bart Simpson이 자주 사용해 유행한 다소 비꼬는 표현이다. 탤런트 고두심이 드라마에서 유행시킨 “잘났어 정말”과 유사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을 씹다”로 착각할 수 있는 “eat my words(내 말이 틀렸어. 취소할게)”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 말을 취소할 때 쓰는 표현이다.

“Bite off more than you can chew. (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물지 말라)”는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짧게 표현된다. “the icing on the cake(좋은데 더 좋은 것)”은 “이미 케이크가 좋은데 그 위에 장식을 올려 놓는다”는 의미로 금상첨화(錦上添花)에 가깝다.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계란이 부화되기 전에 병아리 수를 세지 말라”는 표현으로 “Don’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 hatch.”로 대응될 수 있다.

K-드라마가 이끈 치맥(chimaek), 쏘맥(someak), 소주 폭탄주(soju bomb), 한국 먹방 유투버들이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 시킨 먹방(mukbang), 먹방 유투버들이 이끈 불닭(buldak), 로제의 APT에서 브루노 마스가 외친 건배(geonbae), 내가 쏠게(ssolgae)까지 외국식 발음이 섞인 한국 표현들이 이제 낯설지가 않게 됐다. 내가 쏠게는 “Let me treat you.”와 같이 ‘treat(대하다, 다루다)’를 사용하면 좋은 표현이 된다.

yo’ 는 you의 비격식 단어로 “Treat yo’ self”는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의미하며 2011년에 방영된 NBC 시트콤 ‘Parks and Recreation’에서 유행한 표현이다. 이 표현은 시트콤에서 시작해 인터넷 밈과 현대 소비문화에 뿌리내린 표현으로, 자기 보상과 셀프케어를 대표하는 문구가 되었다. 인스타 그램이 만들어 준 전 세계의 친구들을 위해 혼자 음식을 먹거나 쇼핑을 하고 #Treatyo’self 라고 해쉬태그를 자신의 social media에 달며 즐기는 문화가 유행이다.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점점 사이즈가 커지는 K 문화 그릇에 담겨질 것들에 관심이 늘 쏠린다.

조수진 (주)일미푸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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