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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계엄공포 기부 온도 마저 차갑게 식었다…‘440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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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액 전년 동기 대비 440억원 적어

“계엄 등 불안감 커지니 기부도 위축”

카드 결제, 즉석 사진 등 새 기부 문화도

헤럴드경제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위치한 사랑의 온도탑 주변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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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소외된 이웃을 챙겨온 ‘사랑의 열매’가 연말 계엄 정국의 한파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동기 대비 기부 모금액이 440억원이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된 불경기와 최근 비상계엄, 탄핵 정국 등까지 겹치자 기부마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앞은 썰렁했다. 약 1시간 동안 시민들의 기부는 2건에 그쳤다. 온도탑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사진을 찍거나 온도탑 사이를 걸어가더라도 기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모습은 누적 기부 금액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사랑의 열매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해 모금액은 약 440억원 적다. 사랑의 열매는 매년 광화문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해 표시된 온도로 그해 모금 목표액 달성률을 공개한다. 모금액의 1%가 모이면 1도씩 오르는 방식인데, 지난해와 비교하면 달성률이 현저하게 낮다.

지난 16일 집계 기준 온도탑의 온도는 31.3도(약 1400억원)다. 지난해 12월 15일 42.5도와 비교하면 11.2도(약 440억원) 낮다. 지난해 12월 15일 기준 온도탑의 온도는 42.5도(약 1840억원)로 집계됐다. 올해 모금 목표액은 4497억원으로, 지난해(4349억원)보다 150억원가량 많다.

사랑의 열매는 12월 1일부터 1월 31일까지 연말 모금을 시작하는데, 작년과 비교해 현저히 적다고 전했다. 12.3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정국 등으로 전반적인 지출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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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에 2023년 초과달성 목표 ‘나눔온도 111.2도’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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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모금 목표액을 초과 달성해 111.2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목표액 달성도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개인 기부금은 1138억원, 법인 기부금은 3742억원 등 목표액을 초과한 총 4880억원이 모였다.

사랑의 온도탑에 지폐를 꺼내 기부하는 시민도 기부가 위축되는 분위기를 실감했다. 서울 성북구에 온 이아람(40) 씨는 “불경기라 기부 등 지출을 꺼리는 게 느껴진다”며 “그렇지만 어려운 이웃들이 좀 더 따뜻한 연말을 보내길 바라면서 매년 모금함을 발견하면 기부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온도탑을 유심히 구경하던 이모(37) 씨는 “최근 비상계엄을 보면서 조만간 또 어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니 기부할 마음도 위축된다”며 “사실 기부하려다가도 ‘커피 한 잔 값인데’ 생각하면 또 망설이게 된다”고 속내를 설명했다.

실제 통계상으로도 ‘기부 한파’의 분위기가 뚜렷하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를 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23.7%였다. 10년 전인 2013년(34.6%)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줄어든 셈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46.5%)’고 답했다. 이어 ‘기부에 관심이 없다’가 35.2%, ‘기부 단체를 신뢰할 수 없다’가 10.9%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자 사랑의 열매는 기부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카드 결제를 통한 기부를 도입하고, 광화문 사랑의 온도탑에는 기부 시 즉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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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내부의 즉석 사진기.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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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습에 청소년들은 호응하고 있다. 기부 후 사진촬영까지 마친 신림고등학교 2학년인 박효린, 김지원, 김주희 학생은 “이벤트처럼 재밌게 기부할 수 있었다”며 “2000원 기부하면 사진까지 찍을 수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랑의 열매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느린 모금 속도에 대해 “광화문 온도탑은 현장 모금뿐 아니라 전국 각지 모금과 기업 모금 등 모든 기부가 표시되는 지표다”라며 “주로 기업 단위의 기부로 온도가 크게 오르는데, 기업 단위 기부가 다소 늦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랑의 열매 모금액은 새로운 사회 문제 대응, 사회안전망, 사회적 돌봄, 교육·자립 역량 강화 등 4대 지원 분야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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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내부의 기부용 카드 결제 단말기.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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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중독, 디지털 성범죄, 고립 은둔 청년 등 새로운 사회문제 대응에는 143억원, 취약계층 및 복지 사각지대의 생활안전 지원에는 2990억원, 경계선지능·발달지연아동·가족돌봄청년 등 지원에는 683억원이 쓰인다. 이외에도 교육 취약계층의 진로 탐색 및 학습 지원, 교육 기자재 등 지원에 67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직접 기부할 수 있는 사랑의 온도탑은 전국 각지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지난 1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및 전국 17개 시도지회에 설치됐다. 현금기부, 카드 결제를 통한 기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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