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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더 얇고 더 강하게… IT용 OLED 소재로 14조 시장 노리는 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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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의 베트남 박장 공장(Bac Giang) 전경. /오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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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아이씨에이치(ICH)의 박장(Bac Giang) 공장. 2022년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ICH는 공모 자금을 활용해 그해 3분기 박장에 공장 부지 1만㎡를 사들였다. 전자기기(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14일(현지 시각) 오후 박장 공장에선 IT OLED용 복합 소재 생산이 한창이었다. 폴리우레탄(PU)폼에 돌기나 패턴이 새겨진 엠보 테이프를 붙이는 공정이다. PU폼은 OLED 내구성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엠보 테이프를 붙이면 차광 기능과 완충력이 더해진다. 이곳에선 한 달에 최대 26만 제곱미터(축구장 36개 크기)에 달하는 복합소재가 만들어진다.

다른 라인에선 기존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용 필름형 박막 안테나(MFA)가 담긴 필름이 넓고 반듯하게 뽑혀 나왔다. 패턴이 새겨진 필름을 뽑아내고, 포장을 벗겨내면 손톱 크기만한 MFA를 얻을 수 있다. MFA는 기존 연성회로기판(FPCB) 안테나보다 유연하고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다양한 IT 기기에 사용된다.

14일 오후 ICH의 베트남 박장(Bac Giang) 공장에서 현장 직원이 생산 설비를 살피고 있다. /오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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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H는 MFA 매출 비중을 줄여가면서까지 IT용 OLED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개화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김영훈 ICH 대표가 직원 반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공장 부지를 사들인 이유다. 그는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향후 8.6세대 IT용 OLED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8.6세대는 유리 원장의 크기가 가로 2290㎜, 세로 2620㎜로, 기존 6세대(1500㎜×1850㎜)보다 면적이 2배 이상 넓다. 한 장의 유리 원장에서 보다 많은 패널을 양산할 수 있게 돼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향상된다. 다만 라인 구축에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LG디스플레이의 경우 6세대를 고수하고 있다.

공장에서 만난 김 대표는 IT용 OLED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사치품이 생활 필수품이 되는 순간, 고가 제품이 보급형이 되는 순간 시장이 급성장한다”며 “1년에 노트북과 PC, 태블릿이 4억5000만대 정도가 팔리는 데 이중 OLED가 탑재된 제품은 1800만대에 불과하지만, 2026년엔 2억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IT용 OLED 매출이 2024년에 약 31억 달러(약 4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138.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에는 관련 매출이 100억 달러(약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14일 베트남 박장 공장(Bac Giang)에서 김영훈 ICH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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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IT 기기에서 터치 스크린 기능을 제공하면서 두께도 얇게 유지하려면 OLED가 필수적이다”며 “얇고 터치가 가능한 기기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ICH는 이미 지난해부터 노트북·PC 제조사인 델과 휴렛팩커드(HP), 레노버 등에 OLED 복합 소재를 공급했고, 올해 관련 매출만 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ICH는 지난해 경쟁사였던 메인일렉콤의 폴리우레탄(PU) 사업부까지 인수했다. 원자재인 PU폼을 내재화해 조달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글로벌 고객사를 위한 전용 설비 증설에 대비해 공장 부지도 더 사들였다. 이에 더해 2차전지향 매출도 기대하고 있다. 이듬해 타깃 고객사가 양산에 시동을 걸면 해당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신뢰성 시험도 마친 상태다.

ICH는 지난해까지 43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이 490억원으로 지난해를 넘어섰고, 영업적자도 13억원으로 줄었다. ICH는 올해 기준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투자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려면 1년 정도가 걸린다”며 “지난해와 올해는 투자에 집중하는 단계였다면 내년부터는 수확을 기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오귀환 기자(ogi@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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