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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100명 숨졌다…'도로 위 흉기' 음주운전, 40%가 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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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안전이 생명이다⑥(끝)] 줄지 않는 송년 음주운전



중앙일보

경찰이 3일 밤 서울 관악구의 한 도로에서 연말연시 음주·약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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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새벽 경찰이 경기 북부지역에서 음주단속을 실시한 결과, 단 두시간 만에 모두 9명이 적발됐다. 이 중 면허 취소 대상(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이 4명, 정지 대상(0.03~0.08% 미만)이 5명이었다.

#. 앞서 5일 오후 11시 35분께 경기 파주시의 왕복 2차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운전자를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이 남성은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연시 술자리가 예전보다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도로 위 흉기’인 음주운전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음주운전 재범률도 40%대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이 최근 3년간(2021~2023년) 간 음주운전 사고 현황을 분석했더니 지난해는 1만 3042건으로 2021년(1만 4894건)과 2022년(1만 5059건)보다 감소했다. 사망자 수 역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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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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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별로 음주운전 사고를 따져보면 송년과 신년 모임이 잦은 12월과 1월의 사고건 수가 여전히 높다. 12월에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모두 4025건으로 전체 월 평균(3582건)보다 18%나 많았다. 1월(3727건)도 4%가 더 높았다. 두 달 간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도 100명에 육박한다.

사망자가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의 가해 운전자를 연령별로 보면 21~30세가 25.4%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41~50세(19.3%)·31~40세(18.34%) 순이었다. 특히 12월에는 20~30대 운전자가 일으킨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가 전체의 47%나 됐다.

또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난 시간대를 보면 오후 10~12시가 22%로 최다였고, 오후 8~10시(17%)·오전 0~2시(13%)가 뒤를 이었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사이에 전체 음주운전 사고의 절반이 넘는 52%가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심각한 건 음주운전 재범률이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현황을 봐도 재범률은 42~45%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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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국민체험단이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번 적발된 뒤에도 또다시 음주운전에 나서는 경우가 10명 중 4명 이상이나 된다는 얘기다. 음주운전이 마치 마약처럼 습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시간과 인력의 제약 때문에 상시 단속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술을 마셨을 때 아예 운전을 못 하게 하는 장치의 보급과 확대가 실효성 있는 예방책으로 떠오른다. 차량 시동 전에 음주 여부를 측정해 일정 수치 이상이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대표적이다.

공단 교통안전처의 한재현 선임연구원은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한 것처럼 술을 마시면 아예 운전 자체를 시스템적으로 못하게 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단이 지난 2022년 9월부터 3개월간 제주·대구·여수 등에서 렌터카 업체와 함께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시범 운영했더니 운전자 100명 중 1명꼴로 음주운전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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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운영은 3개월간 40대의 렌터카를 대상으로 672명의 운전자가 참여해 모두 8700여 회의 음주측정이 이뤄졌고, 이 중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검출돼 차량 시동이 제한된 사례가 86회였다. 이 장치가 없었다면 80회 넘는 음주운전이 있었을 거란 얘기다.

시범운영 참여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참여자 중 162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음주운전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80.2%에 달했다.

마침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5년 내 음주운전 경력이 2회 이상인 상습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결격 기간(면허취득 제한기간)이 지난 뒤 다시 면허를 따려면 일정 기간(결격 기간과 동일)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는 ‘조건부 면허’를 취득해야만 한다.

만약 방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하면 무면허 운전(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에 준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개정안은 지난 10월부터 시행됐으며, 결격 기간이 끝나는 2026년 10월쯤 방지장치를 다는 경우가 처음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공단은 앞서 7월 어린이 통학버스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100대를 무상보급하는 사업을 벌였다. 또 지난해 버스와 택시 등 도시에서 운행되는 사업용 차량 50대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 시범운행도 했다.

정용식 공단 이사장은 “처벌기준 강화 등 음주운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음주운전 방지장치 보급과 확대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또 “연말연시 각종 모임에서 술을 한잔이라도 마셨다면 운전대를 절대 잡아서는 안 된다”며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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