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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선 안넘는 사람"이라는 한덕수…'거부권∙헌재 임명' 칼날 위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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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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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않는 사람.”

주미대사와 장관, 경제부총리와 두 번의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사실상 모든 공직을 거쳐온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비결을 물어볼 때마다 한 대행의 주변 인사들이 했던 말이다.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철저히 선을 지키며 맡은 역할에 충실한 엘리트 관료라는 취지였다.

그랬던 한 대행이 스스로 새로운 선을 그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업무정지 상태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여러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또한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권을 행사할 지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 대행은 권한대행을 맡은 지 사흘 만인 17일 여야로부터 서로 다른 요구와 압박을 받고 있다. 여당은 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권은 없지만, 거부권 행사는 가능하단 입장을, 야당은 헌법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나, 거부권은 불가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이 늦어지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 한 대행과 당정 원팀을 강조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행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했다. 한 대행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발언이었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조속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촉구하면서도 “거부권 생각은 접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참모들에게 헌법과 법률,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후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의사 결정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이 내 마지막 공직이다. 탄핵도 두렵지 않다”는 각오를 밝혔다고 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거부권과 헌법재판관 임명 관련 질문에 “헌법과 법률에 맞는지, 국민의 시각과 국가의 미래 기준에서 봤을 때 부합하는지를 두고 검토할 것이다”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법률과 헌법, 헌법에서 부여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무라는 것이 특별히 제한이 있지는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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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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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총리실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설령 권한대행의 임무라는 것에 제한이 없을지라도, 그 역할과 범위에 대한 법 해석이 엇갈릴뿐더러, 한 대행이 비상계엄 관련해 피고발인 상태라는 점은 부담스러운 요소다. 당초 17일 국무회의에 상정해 거부권을 행사하려 했던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법안의 상정을 전날 오후에 보류한 것도 한 대행의 고심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총리실은 거부권의 법정 시한인 21일까지 국회가 합의점을 찾길 기다리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야당의 탄핵 압박에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6개 쟁점 법안 뒤에도 한 대행은 이달 내에 헌법재판관 임명과 내란·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책이 아닌 정치적 쟁점이란 점에서 파괴력이 훨씬 더 큰 사안들이다. 한 대행은 내란 특검법의 수사 대상으로 명시돼있어 거부권 행사 시 이해충돌 논란도 피할 수 없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 역시 압도적으로 높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결정을 하기 위해선 실제 법적 검토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 대행의 숙고가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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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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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 대행은 17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내년도 예산안이 새해 첫날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재정 당국은 예산 배정을 신속히 마무리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조기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내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해주길 바란다”며 “민생 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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