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8 (수)

與 “韓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못해”… 법조계 “할 수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판관 임명 놓고 뒤바뀐 여야

조선일보

권성동(오른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입장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임명권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충돌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 궐위(闕位)가 아닌 직무 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는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법상 대통령의 헌법재판관 임명 조항은 의무 규정”이라고 했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추천 3명, 대법원장 제청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대통령 몫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건 직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국회·대법원장이 추천한 사람을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이를 놓고 여당은 “해선 안 된다”, 야당은 “해야 한다”고 맞서는 것이다.

두 당이 상반된 주장을 펴는 것은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에 대비한 정치적 셈법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당하자 공석인 헌법재판관 3인 선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6인 재판관’ 체제에선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이 기각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9인 체제’를 만들려는 것이다. 반면 ‘탄핵 반대’가 당론인 국민의힘으로선 재판관 6인 체제가 유리하다고 본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는 이유로, 윤 대통령이 지금 궐위(탄핵 등으로 직에서 물러남)가 아니라 직무 정지(직을 유지한 채 권한 행사가 정지) 상태라는 점을 들었다. 국민의힘에선 특히 2017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론을 편 일을 거론했다.

당시 헌재의 탄핵 심리 도중 박한철 헌재 소장(대통령 몫)이 퇴임하자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권한대행이 헌재 소장이나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의 의견”이라고 했다. 당시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박 소장 후임자 지명·임명권은 물론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정미 재판관 후임자에 대한 임명권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황교안 대행은 헌재 소장 후임자는 임명하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나온 후에는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선애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조선일보

여야 원내대표 회동 - 우원식(가운데) 국회의장과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의장실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의 재판관 임명 속도전은 과거 주장과 180도 달라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권 원내대표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며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있다”고 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적 계산이 끼면서 양 당 모두 내로남불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선출한 자와 대법원장이 지명한 자를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권한 성격”이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적극적 권한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 선고를 심리해야 하는 재판관을 다수 임명하는 일인 만큼 일반적인 경우와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한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은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의 인사권과 법률안 거부권 등을 인정하도록 못 박으려는 전략”이란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권을 인정하면서 거부권은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란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 같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이재명 대표 비서실장인 이해식 의원이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기간을 최장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전날 발의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최종심 판결이 나기 전에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나와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김승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