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의 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물건을 확인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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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노동자들의 부상을 비즈니스 비용으로 받아들였다.”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경고를 무시하고 물류창고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할당해 업계보다 높은 부상률을 기록했다고 미 상원이 밝혔다.
15일(현지시각) 미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가 공개한 ‘부상-생산성 맞교환(Injury-Productivity Trade-off)-아마존의 속도 집착이 어떻게 특유의 위험한 물류창고를 만드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그동안 아마존 노동자들이 고발해온 아마존 작업환경의 실태를 아마존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마존 노동자들은 아마존의 과도한 생산성 기준이 노동자들의 높은 부상률을 부른다고 주장했으나, 아마존은 번번이 이를 묵살해왔다.
상임위원장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이끈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7년간의 아마존 작업장의 부상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500명의 전·현직 아마존 노동자들로부터 사례를 수집하고 135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이들이 제공한 1400여개의 서류와 사진, 영상 자료를 분석해 발간됐다.
우선 보고서는 아마존이 물류창고가 실제보다 안전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작업장에서 일어나는 재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이 지난해 물류업계 평균보다 약 30% 높은 부상률을 기록하고, 지난 7년 내내 아마존 노동자들이 업계 다른 창고 노동자들보다 부상을 입을 확률이 2배 가까이 높았다고 밝혔다. 또 아마존이 기존 공개한 것과 달리 노동자들에게 속도와 생산성 요구(기준)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에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이 위험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가 공개한 아마존의 2021년 내부 연구를 보면 연구팀은 창고 노동자가 부상을 입지 않는 선에서 시행할 수 있는 반복 동작의 최대치를 책정했는데, 연구팀은 10시간 근무 동안 노동자가 시간당 반복해 들어 올릴 수 있는 물건의 상한선이 약 216개라고 했다. 현실에서는 생산성 할당의 압박 속에서 많은 경우 아마존 노동자들이 이를 훌쩍 넘는 시간당 266개 이상의 물건을 운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팀은 노동자들이 이 범위 안에서 작업하는 방안을 마련해 제출했으나 아마존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존이 2020년에 시작해 2년간 진행한 또 다른 내부 연구에서는 작업 속도가 빨라질수록 부상률이 높아진다는 증거를 발견하고, 연구팀은 아마존이 생산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유예하고 휴가를 늘릴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아마존 임원들이 물류창고의 생산성을 저하하거나 고객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로 두 연구팀의 권유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보고서의 내용은 지난해 ‘아마존 창고 6곳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환경과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고 있다’면서 미 노동부의 연방 직업안전보건청이 아마존에 벌금을 부과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노동자들이 의무 휴게시간 및 보건안전법을 지키도록 작업 할당량을 공개하는 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아마존에 올해만 600만달러(약 8622억원)에 가까운 벌금이 부과됐다.
아마존은 이날 성명을 내 상임위 보고서의 “팩트가 틀렸으며 맥락이 부족하고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선별적이고 오래된 정보를 담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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