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안 부결·내년 2월 조기총선
연임 도전하지만 가능성 낮아
내년 4~5월까지 리더십 공백
佛이어 '유럽 투톱' 정치 혼란
EU 안보·무역 대응에도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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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6일(현지 시간) 독일 연방의회 신임 투표에서 패배하면서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 독일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흔들리고 있다. 내년 9월로 예정됐던 차기 총선이 2월로 앞당겨지면서 새 정부 구성까지 ‘리더십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경제·안보의 지형도를 바꿔놓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내년 1월로 예정된 상황에서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독일 의회는 숄츠 총리가 발의한 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다. 앞서 숄츠 총리는 소속 당인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과 꾸린 ‘신호등’ 연립정부가 경제정책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분열되자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한 의회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궁지에 몰렸다. 이에 자신에 대한 신임 여부를 의회에 묻는 승부수를 던지며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불신임과 의회 해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숄츠 총리는 불신임을 확인한 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찾아가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청했다. 앞서 SPD와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조기 총선 일자를 내년 2월 23일로 합의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일정에 동의한 바 있으며 의회 해산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한 후 27일께 총선 일정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원내 정당들은 각자 총리 후보를 내고 공약을 구체화하는 등 이미 총선 준비에 돌입했다. 숄츠 총리는 연임에 도전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DU·CSU 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32.3%인 반면 숄츠 총리의 SPD는 15.9%에 그치고 있다. 경제 불안과 불평등의 확산 속에 극우 독일대안당(AfD·18.1%)이나 신생 극좌 자라바겐크네히트연합(BSW·6%) 등 포퓰리즘 정당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 역시 변수로 꼽힌다.
독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선거 시기가 좋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은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0.1%, 역성장이 전망되며 내년에도 0.1%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핵심 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에너지 위기 등으로 타격을 입어 독일 최대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른 무역·안보 위협에 직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럽 동맹국들과 맺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카드를 휘두르며 두 대륙의 방위비 및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 무역·안보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의 국정은 당분간 ‘관리인 정부’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며 “총선이 끝나도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내년 4~5월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의 혼란은 유럽연합(EU) 전역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독일과 함께 유럽을 이끄는 프랑스가 이달 초 의회 불신임으로 먼저 무너진 것은 EU 입장에서 특히 불운이다.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야나 푸글리에린 선임 펠로는 독일과 프랑스에 대해 “전통적으로 EU의 엔진 역할을 하던 국가들이 내부 문제 수습에만 신경을 쓰게 됐다”며 “여러 가지 위기가 동시에 발생한 EU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짚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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