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단임제 대통령을 뽑는 것만으로도 5년마다 부동산 정책이 바뀔 것이란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역사가 쌓이면 믿음으로 바뀐다. 다음 정권에서는 무조건 바뀐다. 이런 믿음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수학 공식처럼 맞아 떨어지는 것은 지금까지 그래 왔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부동산’이라는 책에서는 부동산 정책을 정권마다 바뀌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그 정부만의 부동산 정책과 시장 방향성을 재설정하리라고 예상한다. 윤석열 정부 역시 그랬다. 윤 정부는 출범 초기 주택 270만가구 공급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인상이 예상되자 공급을 늘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이 부동산 정책은 3년도 채 되지 않아 동력을 잃었다. 적어도 5년은 유지될 것으로 보이던 정책이 당장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혼란에 빠졌다. 부동산 시장은 탄핵 정국을 관망하면서도 윤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정부가 탄핵 심판 기간 주택공급 사업을 위한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차질 없이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민들께 지속적인 주택 공급 확신을 드리기 위해서는 공공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주택 공급을 계획대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발표대로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발표와 실제 주택 공급 지표가 영 딴판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간 50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예고했지만, 내년부터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26만4000가구로 올해보다 약 27%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착공 물량도 지난해 20만가구 수준으로 급감해 주택 공급 부족 상태는 더 심화될 예정이다. 빌라 역시 전세사기로 인해 지난해 과거의 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물리적으로도 주택 공급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계획대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역 개발, 1기 신도시 재개발 등이 이뤄진다고 해도 6년 안에 입주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많다. 또 주택 공급이 확대되기 위해선 민간 사업자의 주택 공급도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를 위한 개발 사업이 부동산 업황 악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로 인해 멈춰 있는 상황이다. PF 시장 정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기관에서는 정부에 “내년 상반기까지 PF 정리를 한다는 목표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는 의견을 전달했을 정도다.
시장에서 정부의 주택 공급 신호를 공염불 쯤으로 취급하는 상황에서 내년 금리 인하까지 겹치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는 주택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가 결합해 집값이 다시 상승장에 올라탈 수 있다고 경고를 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 상황과 계획을 적확하게 짚어주길 바란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며 공급 대책의 신뢰도는 떨어지면 더 떨어졌지 올라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 공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말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다. 주택 공급의 장밋빛 전망 대신 그린벨트 및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개발 계획의 실현 가능성과 시기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부동산 PF 시장도 “연착륙이 가능하다”라는 모호한 구호 대신 구체적인 정리 현황과 계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명한 공급 대책에 대한 설명만이, 탄핵 정국에서 그나마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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