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강성 지지층과 거리두기 시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을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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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자신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의 이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재명이네 마을'은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구심점이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예상되자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 표심 구애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재명이네 마을'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이재명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선 패배 후 미안함에 고개 숙이고 있던 저를 다시 일으켜주신 여러분의 봄날 같은 사랑, 또렷이 마음에 새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장'은 팬카페 회원들이 이 대표에게 붙인 애칭이다.
이 대표는 이장직을 사퇴하는 이유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정치 상황을 들었다. 이 대표는 "사실 이장이라고 해서 무슨 권한을 행사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비상한 시국인 만큼 저의 업무에 조금 더 주력하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1월 SNS를 통해 비이재명계 의원 사무실 앞에서 과격 집회를 벌인 강성 지지층을 향해 이런 행동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질타했다. 이 대표 트위터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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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표면적 이유와 달리 실제 동기는 강성 팬덤과의 거리두기라는 시각도 있다. 당내에서 비이재명(비명)계 인사들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할 때마다 일부 강성 지지층은 비명계 의원을 '수박(겉과 속이 다름)'으로 규정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집단행동을 해 논란을 불렀다. '재명이네 마을' 회원 수는 2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지 않는다면 차기 대선에서 또 한 번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 주민 여러분들께서 누구보다 뛰어난 '행동력'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 주심을 잘 알고 있다"고 격려했다. 이어 "이장은 아니더라도 저는 여전히 재명이네 마을 주민"이라며 "다시 돌아오겠다. 기약할 수 없지만"이라고 약속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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