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박스글로벌 본사 전경. /미트박스글로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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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17시 2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이 코스닥시장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 11월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 철회를 택한 지 한달 만에 증권신고서를 다시 냈다. 공모 물량은 그대로 두되 비교기업을 조정해 몸값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실리콘투’와 ‘블루엠텍’의 주가매출비율(PSR) 배수를 끌어와, 최대 1280억원 몸값을 꺼내 들었다. 기존 몸값 대비 20%가량 낮아졌다. 다만 비교기업과의 사업영역 차이, PSR에 따라붙는 고평가 논란은 여전한 모양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트박스글로벌은 12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재착수했다. 내년 1월 2일부터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일반 청약을 거쳐 내달 중 상장을 목표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 11월 진행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이후 공모를 한 차례 철회했다. 축산물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미트박스’ 운영사로 전자상거래 1호 상장사 지위를 노렸지만, 기관 투자자 참여가 저조했다. 공모 물량을 다 채우지 못했다.
공모 주식 수는 100만주로 유지됐다. 대신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희망 공모가 범위를 2만3000~2만8500원에서 1만9000~2만3000원으로 낮췄다. 상단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 추산치는 기존 1585억원에서 1279억원으로 19.3% 줄였다.
미트박스글로벌은 공모가 하향 조정이면 내년 수요예측에서 물량 확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선 수요예측에서 유통 플랫폼 사업을 하면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미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판단에서다.
미트박스글로벌은 2014년 설립된 축산물 유통 기업 간 거래(B2B) 온라인 플랫폼이다. 축산물 중간 유통과정을 없앤 직거래 서비스로 식당과 정육점의 관심을 끌면서 매년 성장하고 있다.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작년 26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증권가에선 이번 두 번째 상장 도전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트박스글로벌이 기업가치 산정에 PSR을 들고나오면서다. PSR은 ‘테슬라 상장(이익 미실현 성장성 특례)’ 기업들의 전유물로, 매번 고평가 논란이 뒤따랐다.
미트박스글로벌은 구체적으로 지난 3분기 기준 최근 1년간 매출 1001억원에 화장품 유통 전문 기업 실리콘투와 의약품 유통기업 블루엠텍의 PSR 배수 1.83배를 적용해 평가 시총 1800억원을 내고, 여기에 29.18~41.50% 수준 할인율을 적용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PSR은 사업 초기 외형 성장성이 크지만,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의 주가 수준을 설명하기 위한 지표로 주로 쓰였다”면서 “실제로 돈을 버는지보단 성장성만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은 외면하는 지표”라고 말했다.
미트박스글로벌이 운영하는 미트박스 애플리케이션 화면. /미트박스글로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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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트박스글로벌이 제시한 몸값 1279억원은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46배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모주 시장에서 기업가치 산정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PER로는 1000억원 이상 몸값 산정이 쉽지 않다 보니 PSR을 택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비교기업 수용 여부도 관건으로 꼽힌다. 미트박스글로벌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육류 도매업으로 분류되지만, 비교기업에 육류 유통 기업은 모두 제외됐다. 실리콘투는 K뷰티 수출 대행 유통기업이고, 블루엠텍은 전문의약품을 유통한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육류가공 관련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상품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만을 영위하는 탓에 육류 유통 관련 상장사는 제외했다는 게 주관사 측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선 육류 유통 기업의 낮은 PSR이 고려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마니커에프앤지는 시가총액이 450억원 수준으로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 도매업이 전체 매출의 50%를 넘는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도 작년 매출이 1600억원을 넘어섰지만, 시총은 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한편 시장에서는 미트박스글로벌의 상장 재도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지난 10월 말 공모주 시장 급랭으로 상장 추진 기업들이 잇따라 철회신고서를 낸 바 있는데, 당시 공모주 시장이 과하게 얼어붙었다고 판단하고 미트박스글로벌과 같이 상장예비심사 승인 기한(6개월) 내에 상장을 다시 추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트박스글로벌의 수요예측 흥행 여부가 공모구조 자체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시장 침체에 따른 불운이었는지가 드러날 것”이라면서 “하반기 철회를 택한 후발 주자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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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주 기자(dont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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