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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AI 정책 사령탑격인 대통령실 직속 ‘국가AI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AI 개발을 위한 부처 산하 연구소가 차례대로 설립됐다. AI 정책 토대가 되는 AI 기본법 제정도 연내 제정을 목표로 국회와 정부가 합심해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사상초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사태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국정이 불안정해지면서 각종 정책 구체화 및 AI 기본법 제정 시점은 불투명해졌다.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산업 양성 및 가이드라인 제시를 통해 발빠른 경쟁력 증진이 중요한 시점, 정책 최고결정권자가 일으킨 사태로 국가 단위 AI 정책 추진 일정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본격 질주 시작한 AI 정책열차…정부·기업·전문가 합심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하고 난 뒤 세계가 생성형 AI로 들썩이면서 한국 정부도 범정부 차원 AI 전략을 수립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AI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와 설계가 주를 이뤘다면,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그간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AI 정책 관련 반석을 닦는 작업이 진행됐다.
그 시작으로 지난 4월에는 민간 정부가 모여 AI 정책을 결정짓는 의사결정 협의회 ‘AI전략최고위협의회’가 출범했다. 정부는 협의회를 주축으로 연내 총 7102억원을 투입해 초거대AI 5대 서비스 개발 등 69개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각종 산업 진흥책과 연구개발(R&D), AI 윤리 등 굵직한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상위 기구로서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민관협의회가 탄생한 것이다.
국가 AI 정책 추진을 총 지휘하는 국가AI위원회는 대통령 직속으로 지난 9월 출범됐다. 국가AI위원회는 AI 기본법에 명시된 법정 위원회로, 아직 제정 전인 AI 기본법 내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다. 다만, AI 산업 지형 급변 등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출범하게 된 상황이다. 내각 수장인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두고, 전문가와 관련 부처 인사로 구성돼 있는 만큼, 속도감 있는 정책 설계 및 의사결정으로 각종 AI 지원책 및 가이드라인 설정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국가AI위원회를 출범하면서 글로벌 AI 3위권 국가를 뜻하는 ‘AI G3’를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과 중국에 이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국가AI컴퓨팅 인프라 대폭 확충 ▲민간부문 AI투자 대폭 확대 ▲국가 AI전환(AX) 전면화 ▲AI 안전·안보·글로벌 리더십 확보 등 4대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는 4년간 민간 투자 65조원을 유치하고, 이를 정부가 지원하는 대규모 지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AI반도체 분야에 투자금 대부분인 57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AI 모델을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컴퓨팅 인프라 조성에 가장 많은 투자금이 필요한 만큼, 대부분 재원이 하드웨어 인프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AX에도 속도를 낸다. AI 기술 원천이 되는 LLM 개발이나 sLM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각 서비스나 업무 공정에 적용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적재적소에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업무 효율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 AX 시도가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2030년까지 산업 내 70%, 공공 95% AI 전환율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AI R&D 측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하 주요 연구 기관 3개를 연달아 출범시켰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AI 프론티어랩 ▲AI 연구거점 ▲AI안전연구소다. 각 연구기관은 AI 산업의 원천 기술 연구부터 산학 공동 연구, 국내외 학술 연구, 지속가능한 AI 연구 등 다양한 연구 과제를 통해 균형 잡힌 AI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먼저 지난 9월 설립된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은 미국 뉴욕대학교와 국내 주요 대학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연구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뉴욕대학교에 재직 중인 세계적인 AI 석학 얀 르쿤 교수가 조경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와 함께 공동 소장을 맡게 되면서, 더 깊이 있고 다양한 공동 연구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AI 글로벌 시장 내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과 공식적인 학술 교류 창구가 마련됐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학계와 산업계가 합심해 AI 총력전을 준비하는 공간 ‘AI연구거점’도 지난 10월 개소 됐다. AI 기술에 대한 학술적 접근을 통해 깊이 있는 연구를 발굴하는 곳이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이라면, AI 연구거점은 산업계와 협력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곳에서는 국내외 연구진이 교류하며, AI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하고, 글로벌 AI 인재 양성과 AI 산학연 생태계를 집약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오는 2028년까지 946억원을 투입해, 지속 가능한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AI안전연구소는 AI산업의 안전벨트 역할을 한다. 지난달 개소한 AI안전연구소는 AI로 인해 발생 가능한 위협 등을 연구하고 관련 정책 연구를 실시한다. 특히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에 앞서 설립된 안전연구소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글로벌 AI안전 의제를 함께 논의하는 창구로서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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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장은 이제야 본격 개척되기 시작한 산업으로, 정부 AI산업 진흥 및 안전 정책도 대부분 새롭게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국가 AI 위원회와 같은 상위 기구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의사결정 과정과 속도에 따라 국내 AI 산업도 급변하는 산업 지형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AI 위원회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국가 단위 AI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도 제동이 걸렸다. 사실상 위원장 공석과 다름없는 상태가되면서 현재 선언적인 수준에 그친 각종 지원 정책 구체화 및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에도 문제가 발생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기 전날인 지난 2일 국가 AI 위원회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이제 막 분과 구성을 완료하고, 12월 중 국가 AI 위원회 지원단을 출범할 참이었다. 결과적으로 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 등이 논의되기 시작한 상황 속에서 갑작스런 비상계엄령 사태와 탄핵 정국을 맞이하면서 위기 상황부터 대처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국가 AI 위원회와 함께 AI 정책 중심 의제로 꼽히는 ‘AI 기본법’ 제정도 본회의 상정을 코앞에 두고 대통령 탄핵 의제에 밀려났다. AI 기본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부터 입법을 추진한 제정법이다. AI 산업과 관련된 토대법으로서 향후 AI 규제 및 진흥책 등에 대한 법제화를 골자로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더 강력한 규제 조항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반대 의견과 총선으로 인한 상임위 활동 둔화 등으로 회기 종료되면서 자동폐기 됐다.
그러다 22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올해에는 딥페이크 성범죄, AI 콘텐츠 저작권 문제 등 사회적 문제와 맞물리면서 AI 통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이같은 규제 목소리에 힘입어 정부부처와 국회가 힘을 합쳐 AI 기본법 연내통과를 목표로 순조롭게 제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던 터였다.
지난달 2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한데 이어 26일 전체회의에서도 이견없이 통과됐다. 특별한 논쟁이나 이견이 있지는 않았던 탓에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조항 상 오류나 문제가 없는 한 무난한 법사위 통과도 예상됐다. 법사위 심사를 마친 뒤에는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을 기점으로 국회 전체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그외 의제들이 뒤로 밀려나게 되면서, AI 기본법도 기약없는 계류 상태에 놓이게 됐다. 당초 9일 법사위에서 타 상임위법 심사 때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간 탄핵 공방이 지속되면서 향후 심사 일정은 하염없이 밀려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AI 기본법 제정 제동을 내심 반기는 눈치다. AI 기본법이 기본적으로 AI 규제를 전제로 하는 바, 규제 관련 조항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AI 기본법 내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정의’ 조항 내 ‘고영향AI’ ‘영향받는 자’ 등 용어가 우려 사항으로 지목됐다.
고영향AI는 AI로부터 영향을 받는 이들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의미로서 단순히 AI 시장 생태계를 단순히 이용자와 개발자로 이분화하기보다는 인식도 못한 채 AI 영향을 받는 이들의 권리까지 신경 쓰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AI가 인식하는 도로 위 행인들, 상대방 운전자 등은 해당 AI 이용자는 아니지만 AI에 데이터가 입력되고 분석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고영향AI 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넓은 범위 AI 서비스를 규제 영역에 몰아 넣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고영향AI 이전에 논의되던 용어 ‘고위험AI’가 조금 더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느낌이었다”며 “오히려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향후 구체적인 규제 방향을 예의주시하게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AI 기본법 내 40조 사실조사에 대한 내용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40조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장관은 일정 상황에서 AI사업자에 대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게 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필요한 조사를 하게 할 수 있다.
업계는 사실조사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입장이다. 법에서 제시한 요건을 살펴보면, ①AI 기본법 위반 사항을 발견하거나 혐의가 있음을 알게 된 경우 ②위반 신고를 받거나 민원이 접수된 경우 등으로 명시됐는데, 유사한 IT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등에서는 ‘위반한 행위가 인정되는 경우’로 한정한 것과는 비교된다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나치게 넓은 조사 요건은 자칫 조사권 오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권리보호 조항이 누락되는 등 문제를 다시 살펴보고 수정하는 과정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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